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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을 헐라 하시는 하나님 (삿6:25-32)
사사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마도 기드온과 삼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드온이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여자 사사 드보라에 이은 새 사사 기드온의 이야기를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새 사사가 등장했다는 말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제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자손이 또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였다"(삿6:1)는 것입니다. 두 여인 사사 드보라와 야엘 그리고 군사령관 바락의 활약으로 가나안 왕 야빈과 그 군대장관 시스라로 말미암은 20년간의 극심한 학대(삿4:2-3)에서 벗어나 40년간의 평화를 누린 이스라엘은(삿5:31) 또 다시 하나님 보시기에 악한 백성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진노하시고 이스라엘을 칠 년 동안 미디안의 손에 넘기셨습니다(삿6:1).
이 칠 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논밭에 씨를 뿌리고 나면 미디안 사람들이 아말렉 사람들과 동방 사람들과 더불어 쳐들어오곤 했습니다(삿6:3). 그들은 아예 그들의 가축과 장막을 가지고 메뚜기 떼 같이 몰려와서는 진을 치고 머무르며 이스라엘 백성의 토지소산을 깡그리 빼앗아 먹을 것이 없게 만들었습니다(삿6:4-5). 굶어죽게 된 이스라엘 백성은 살아남기 위해 산에 웅덩이와 굴을 파고 성을 쌓고 숨어 지내야 했습니다(삿6:2, 6). 그러나 궁핍함이 심해지자 이스라엘 자손은 하나님께 또 부르짖었습니다((삿6:6-7).
이스라엘 백성의 부르짖음을 들으신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한 선지자를 보내셔서 말씀하셨습니다. 삿6:8-10의 말씀입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내가 너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며 너희를 그 종 되었던 집에서 나오게 하여 애굽 사람의 손과 너희를 학대하는 모든 자의 손에서 너희를 건져내고 그들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고 그 땅을 너희에게 주었으며 내가 또 너희에게 이르기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 너희가 거주하는 아모리 사람의 땅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하였으나 너희가 내 목소리를 듣지 아니하였느니라."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지적하신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구원하실 준비를 시작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사자를 기드온에게 보내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자가 기드온에게 나타났을 때 기드온은 밀을 포도주틀에서 타작하고 있었습니다(삿6:11). 정상적으로는 밀 타작은 바람이 잘 부는 산이나 높은 지대에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리깨로 쳐서 밀 껍질과 알곡을 분리시키고 채에 담아 공중에 던져 가벼운 껍질은 바람에 날려가 버리고 무거운 알곡만 밑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이나 높은 지대에서 그렇게 하면 멀리서도 금방 미디안 사람들이 알아보고 달려와 뺏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포도주 짜는 틀 속에 들어가 힘들게 밀을 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기드온에게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나 말하기를 "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 하며 말을 걸었고(삿6:12),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내가 너를 보내니 너는 가서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라 ...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니 네가 미디안 사람 치기를 한 사람을 치듯 하리라"(삿6:14, 16) 말씀하시며 그에게 사사로서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사로서의 기드온이 해야 할 첫 과제로 명하신 것이 오늘 본문이 보여주는 대로 그의 집안에서 우상을 철거하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드온에게 주신 명령을 본문 25-26에서 다시 보면 첫째는 그의 아버지 집에 있는 바알의 제단을 헐라는 것이고, 둘째는 그 제단 곁에 있는 아세라 상을 찍어버리라는 것이며, 셋째는 산성 꼭대기에 하나님을 위하여 규례대로 제단을 쌓으라는 것이고, 넷째는 기드온이 찍어버린 아세라 나무를 땔감으로 써서 번제를 드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드온은 종 열 사람을 데리고 가서 이 명령대로 행했습니다(27절). 그 다음날 아침 난리가 난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성읍 사람들은 그것이 누구의 소행인지를 조사한 끝에 기드온이 한 일임을 알아냈고(29절), 기드온의 아버지 요아스에게 기드온은 마땅히 죽어야 하니 그를 끌어내라고 압박했습니다(30절). 그러자 기드온의 아버지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너희가 바알을 위하여 다투느냐? 너희가 바알을 구원하겠느냐? 그를 위하여 다투는 자는 아침까지 죽임을 당하리라. 바알이 과연 신일진대 그의 제단을 파괴하였은즉 그가 자신을 위해 다툴 것이니라"(31절). 비록 집안에 바알의 제단과 아세라 목상을 두고 있긴 했으나 기드온의 아버지는 열렬한 우상숭배자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기드온에게 열 명의 종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의 아버지는 재력이 있었고 그 성읍의 지도자 격이었던 사람 같습니다. 그래서 그 성읍을 대표해서 그의 집 안에 바알의 제단과 아세라 목상을 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 성읍 사람들에게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는 아들을 살려야겠다는 본능적인 동기에서 형식적이던 그의 바알 숭배를 내던져버리고 오래 잊고 지내던 하나님에 대한 신앙으로 되돌아오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한 말을 다시 들어봅니다: "너희가 바알을 위하여 다투느냐? 너희가 바알을 구원하겠느냐? 그를 위하여 다투는 자는 아침까지 죽임을 당하리라. 바알이 과연 신일진대 그의 제단을 파괴하였은즉 그가 자신을 위해 다툴 것이니라." 이것이 무슨 말입니까? 너희가 지금 바알을 위해서 떠들며 싸우자는 것이냐? 그 바알은 지금 이렇게 맥없이 죽어 있지 않느냐? 이렇게 죽어버린 바알을 너희가 살리겠다는 것이냐? 내 아들 손에 죽어버린 바알, 그것은 신도 아니다. 그것이 신이 아니라는 것은 그것이 내 아들 손에 이렇게 파괴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 드러난 것이 아니냐? 그런 바알이 다시 살아날 것 같으냐? 너희가 흥분하고 떠든다고 바알이 다시 살 것 같으냐? 어림도 없는 소리다. 바알은 신도 아니었고 그건 이미 죽은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 바알 편에 서서 떠들며 싸우자고 대들고 내 아들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이 아침이 지나기 전에, 다시 말하면 당장에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다. 너희 말대로 바알이 정말 신이라면 자기 제단을 파괴한 자를 그냥 두겠느냐? 바알이 스스로를 위해 다툴 것이 아니냐? 그가 참 신이라면 당연히 내 아들은 그의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잠잠히 지켜보기나 해라. 이것이 기드온의 아버지의 선언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바알과 아세라 숭배에 빠졌던 이스라엘로서는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던 기드온의 우상파괴사건은 일단락 지어졌습니다. 그 날부터 사람들은 기드온을 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32절). 이란 이름은 기드온이 바알의 제단을 파괴하였으므로 바알이 정말 신이라면 그와 더불어 다툴 것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다는 뜻을 담은 것입니다. 이렇게 기드온이란 새 사사가 탄생했고 그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7년간의 도탄에서 구원하시고 다시 그들에게 40년간의 평화를 누리게 하시는 역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기드온을 택하여 쓰시는 하나님과 하나님에 의해 쓰임 받는 기드온에게 조금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드온은 영웅적 존재가 되었고 거의 왕과 같이 대우를 받으며 권세를 누렸지만(삿8:22-26, 30) 그가 처음부터 그런 영웅의 모습을 지녔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의 사자가 찾아와서 "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 하며 말을 걸었을 때에 사뭇 회의적이고 반항적이며 냉소적이고 자포자기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6:13을 보면 그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오 나의 주여,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 어찌하여 이 모든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나이까? 또 우리 조상들이 일찍이 우리에게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를 애굽에서 올라오게 하신 것이 아니냐" 한 그 모든 이적이 어디 있나이까? 이제 여호와께서 우리를 버리사 미디안의 손에 우리를 넘겨 주셨나이다." 이에 하나님께서 그를 향하여 말씀하시기를 "너는 가서 이 너의 힘으로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라. 내가 너를 보낸 것이 아니냐"(삿6:14) 하시자 기드온은 또 대답하기를 "오 주여, 내가 무엇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리이까? 보소서 나의 집은 므낫세 중에 극히 약하고 나는 내 아버지 집에서 가장 작은 자니이다"(삿6:15) 했습니다. 기드온은 이렇게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다시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니 네가 미디안 사람 치기를 한 사람을 치듯 하리라"(삿6:16) 하시자 그는 다시 대답하기를 "만일 내가 주께 은혜를 얻었사오면 나와 말씀하신 이가 주 되시는 표징을 내게 보이소서"(삿6:17) 했습니다. 기드온은 하나님께 증거를 보이라고 요구할 만큼 의심이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그와 함께하셔서 그가 바알의 제단을 헐고 아세라 목상을 찍어 불살라버리고서도 흥분한 성읍사람들로부터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미디안과 아말렉과 동방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 이스라엘을 공격해왔을 때 담대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두 번씩이나 하나님을 시험했습니다(삿6:33-40). 첫 번째는 기드온이 하나님께 여쭈기를 "주께서 이미 말씀하심 같이 내 손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려거든 보소서 내가 양털 한 뭉치를 타작마당에 두리니 만일 이슬이 양털에만 있고 주변 땅은 마르면 주께서 이미 말씀하심 같이 내 손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줄을 내가 알겠나이다"(삿6:36-37)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기드온의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이튿날 기드온이 일찍이 일어났을 때 주변 땅은 말라 있었으나 양털을 가져다가 짜자 물이 그릇에 가득하게 나온 것입니다(삿6:18). 그러나 기드온은 두 번째로 하나님께 여쭈며 정반대로 요청하기를 "주여 내게 노하지 마옵소서. 내가 이번만 말하리이다. 구하옵나니 내게 이번만 양털로 시험하게 하소서. 원하건대 (이번에는) 양털만 마르고 그 주변 땅에는 다 이슬이 있게 하옵소서"(삿6:39) 한 것입니다.
이러한 기드온의 모습을 볼 때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이스라엘의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드온의 이야기 속에서 당신의 백성이 언제까지나 우상숭배의 죄 속에 빠져있으며 그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 하나님을 보아야 합니다.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보아야 합니다. 그 구원의 역사를 이루시기 위하여 사람을 부르시는 하나님을 보아야 합니다. 비록 회의적이고 반항적이며 냉소적이고 자포자기적이었으며 자신 없고 소심하고 겁 많고 의심 많던 사람 기드온을 오래 참으시며 확신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며 크게 들어 쓰신 하나님을 우리는 보아야 합니다. 남이 다 하니까 따라서 바알을 섬기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던 자를 세우셔서 바알 제단을 헐고 그와 다투는 자로 만드신 하나님이십니다. 자기 집을 바알을 섬기는 거짓신앙으로부터 구해내는 경험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그가 함께 하심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시고 나아가 온 백성을 포악한 침략자로부터 구해내는 사사가 되게 하신 하나님이십니다. 못난 자까지도 당신의 뜻대로 다듬어 쓰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 하나님을 우리는 믿고 순종해야 합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다 이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의 그릇들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신분이 어떠한가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너는 가서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라. 내가 너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말씀을 듣고 기드온이 "주여 내가 무엇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리이까? 보소서, 나의 집은 므낫세 중에 극히 약하고 나는 내 아버지 집에서 가장 작은 자니이다" 하며 움츠려들었을 때에 하나님께서는 들은 척도 안 하시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니 네가 미디안 사람 치기를 한 사람을 치듯 하리라." 우리에게 힘과 재능이 부족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를 쓰시려는 하나님의 뜻이며 그 뜻과 부르심에 응답하는 우리의 믿음과 순종입니다. 그것이 역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기드온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같은 존재도 귀하게 쓰실 수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는지를 아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드온을 이스라엘의 사사로, 구원자로 세우시기 전에 먼저 명령하신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우상을 헐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에 의해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도구로 쓰임 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우리 가운데 있는 모든 우상을 헐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만큼이나 사랑하고 하나님보다 더 좋아하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서 철저히 부숴버려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기드온에게 우상을 헐라고만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께 바른 제단을 쌓으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찍어버린 우상의 나무를 하나님께 드리는 번제를 위하여 불사르라 하셨습니다. 우리 또한 하나님과 상관없이 온통 마음을 쏟으며 애지중지하던 모든 것들을 하나님을 향한 헌신의 도구로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하나님을 위하여 불사를 때 우리는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하시는 하나님의 크고 귀한 도구들로 쓰임 받게 될 것입니다.
출처/이수영목사 설교자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