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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은혜로 10살이 된 우리 수원 고등교회는 지금 작은 교회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쯤해서 자기 정체성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은 교회로서의 자부심도 느낍니다. 그래서 감히 한국교회 앞에 작은 교회가 어떻게 자기 몫을 감당 할 수 있는가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큰 교회가 되지 못한 것이 작은 교회가 아닙니다. 아직 힘이 부족하여 교회가 작거나, 지금도 교회를 키우고 싶어 안달하는 교회는 그것이 아무리 작은 교회라도 그런 교회는 작은 교회가 아닙니다. 그런 교회는 큰 교회 되기 위한 과정의 교회거나, 큰 교회 되기 경쟁에서 낙오하고 주눅들고 열등감에 이지러진 교회입니다.
작은 교회는 제도화, 조직화 이전의 교회입니다. 교회의 본질 상 덜 필요한 요소들, 즉 건물, 제도, 관리, 형식 등을 최소화한 교회입니다. 초대 교회가 그 생명력을 상실한 것은 교회가 비대화하면서 부득이 제도화, 조직화함으로 그런 것들을 유지 운영하는 데 그 힘을 다 소진하였기 때문입니다. 몸집이 비대하면 자체 유지를 위하는데 급급하게 됩니다. 골리앗이 다윗에게 패한 것은 그런 이치입니다. 작은 교회는 인건비, 관리비, 회의비 등을 절약할 수 있는 경제적인 교회입니다.
그리고 작은 교회는 사람이 우선입니다. 오늘 날 물질주의, 물량주의의 희생물이 된 사람들이 교회에 와서도 사람이 아니라 머릿수로 계산되는 실정이나, 작은 교회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교회는 공동체성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만, 수천 명이 각각의 지극한 이기심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큰 교회보다는 작은 교회가 훨씬 더 공동체적 삶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큰 교회는 너무 굳어진 면이 많습니다. 한 공동체가 생명력을 분출하려면 성령의 인도하심과 역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한 법인데 이를 위하여서는 큰 교회보다 작은 교회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에 대비한 교회도 큰 교회보다는 작은 교회가 더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교회 운동을 일으킵시다. 성서적 모습의 교회를 되찾고 통일에 대비한 교회로서 작은 교회 운동을 확산해 갈 필요를 강하게 느낍니다. 작은 교회 목회자여, 큰 교회 못되어 기죽지 말고, 한국 교회를 새롭게 하는 거룩한 사역의 일꾼으로 같이 뛰어봅시다.
<박희영, 작은 교회 10년, 수원 고등교회, 1991, 274-276쪽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