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1
옛날에 모든사람(Everybody), 어떤사람(Somebody), 누구라도(Anybody), 아무도(Nobody)라는 이름의 네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한 가지 생겼고, 모든사람이 그 일을 하도록 요청받았다.
하지만 모든사람은 어떤사람이 그 일을 하리라고 생각했다. 그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았다.
어떤사람은 화가 났다. 왜냐하면 이 일은 모든사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모든사람이 그 일을 하지 않을 줄이야!
이 일은 모든사람이 어떤사람을 비난하고, 애초에 누구라도 할 수 있었던 그 일을 아무도 하지 않음으로써 무효가 되어버렸다.
이 네 사람은 여전히 서로의 잘못이라고 말다툼을 하고 있고 그 일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채로 있다고 한다.
─ 천리안, 「기독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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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빵장수
중국에 살던 어느 빵장수 이야기다. 그는 빵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일을 하였다. 그는 가난한 농부로부터 매일 아침 버터를 공급받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납품되는 버터를 보니 정량보다 조금 모자라 보였다. 그래서 며칠을 두고 납품된 버터를 저울로 일일이 달아봤는데 예측한 대로 정량에 미달된 양이 넘어오는 것이었다. 화가 난 이 빵장수는 버터를 납품하는 농부에게 변상할 것을 요구하며 법정에 고발하였다. 이 재판을 맡은 재판관은 체포된 농부의 진술을 듣고 놀랐다.
버터를 공급했던 가난한 농부의 집에는 저울이 없었다. 그래서 버터를 만들어 자기의 물건을 공급받는 빵장수가 만들어 놓은 1파운드 짜리 빵의 무게에 맞추어서 버터를 잘라서 납품했다는 것이다.
버터의 양이 부족했던 원인은 그 빵장수가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서 자신의 1파운드 짜리 빵의 규격을 조금 줄이고 양을 속였던 것에 있었다.
우리 속담에 딱 들어맞는 말이 있다. 제 꾀에 제가 속아넘어간다.
─ 대전신문, 「말씀의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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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씨가 되어
부드러운 바람과 연초록 기운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따스한 봄.
미루나무는 한창 봄을 틔우는 탓에 온몸을 돋움하느라 바쁩니다. 나무 아래서 돌멩이는 푸념을 합니다. 난 참 불행해. 이렇게 길거리에 버려져 온갖 사람들로부터 발길질 당하고 밟히고만 있으니 …. 미루나무가 돌멩이에게 말합니다. 넌 어쩜 세상을 슬프게만 사니! 맨날 똑같은 한숨, 지겹지도 않니?
내가 무슨 낙이 있어? 그러는 넌 뭐가 달라? 겨우내 벌거벗은 몸으로 떨었던 주제에 기쁜 일이 뭐가 그리도 많니?
미루나무는 기운차게 팔다리를 내두르며 대꾸합니다. 난 다시 푸른 옷을 입고 사람들을 즐겁게 할 생각을 하면 얼마나 기쁜지 몰라! 너두 좋은 생각을 가져봐.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넌 단단한 몸이 있지 않니. 네 몸은 오랜 세월에 걸쳐 밟히면서 갈고 닦여져 옥돌이 되는 거야. 그때를 위해서 참고 기다려.
그때 뚱뚱한 신사가 돌멩이를 밟고 지나갑니다. 아, 난 이렇다니까. 역시 난 불행해. 이렇게 세상 살아서 뭐해! 살고 싶지 않아. 그때 돌멩이 옆을 지나가던 한 아이 하나가 무슨 심통이 났는지 에잇!하면서 발로 돌멩이를 툭 걷어찼습니다. 돌멩이는 시궁창에 빠져 더 흉한 몰골이 되고 말았습니다.
─ 「새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