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5
성경본문 : 엡2:11~22
제목 : 거룩한 공회
예배를 드릴 때마다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하는 순서가 있습니다만, 소리를 들어보면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라고 이어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거룩한 공회와 성도 간에 서로 교통한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정확한 의미를 모르면 이렇게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이해입니다. 거룩한 공회와 성도란 단어 사이에 쉼표가 들어가는 것이 맞습니다. 즉 ‘우리는 거룩한 공회를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을 믿습니다.’라고 고백되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거룩한 공회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신앙고백에는 두개의 중심 단어가 등장합니다. 곧 ‘거룩’이란 말과 ‘공회’라고 하는 말입니다. 그 중 ‘공회’라는 말에 대하여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공회가 무엇인가요?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하여 영어로 보면 “the Holy Catholic church"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룩한 카톨릭 교회’라는 의미가 됩니다. 과연 우리 개신교에서 카톨릭 천주교회를 거룩하다고 고백하는 것일까요? 이런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비록 천주교를 카톨릭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에서 나타난 Catholic이란 단어가 오늘날의 천주교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단어의 원래 뜻은 ‘보편적인’ 또는 ‘우주적인’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신학자는 Catholic이란 말 대신에 Universal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고백의 내용은 ‘우리는 거룩한 보편적/우주적인 교회’를 믿는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말로 ‘거룩한 교회’라고 하는 편이 덜 혼돈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회는 거룩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셔야 합니다. ‘교회는 거룩한 곳입니다’
왜 교회가 거룩한 존재일까요? 훌륭한 시설이 갖추어져있고, 수많은 성도가 모이는 교회라면 모르겠지만 목사와 성도 또는 성도와 성도 간에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도 있고, 시설이 열악하고 곰팡이 냄새가 풍기는 지하교회도 있고, 성도의 수가 얼마 되지 않는 개척교회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교회가 다 거룩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교회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로교, 성결교, 침례교, 감리교 등 수많은 교단이 나뉘어져 있는데 그래도 교회를 거룩하다고 고백할 수 있을까요?
오늘 이 시간에 ‘거룩한 공회를 믿사오며’라는 고백의 내용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교회란 말의 기원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교회란 말을 헬라어로 ‘에클레시아’라고 합니다. 이 말을 번역하면 ‘많은 사람 중에서 부르심을 입은 자’ 또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란 눈에 보이는 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의 구속을 받은 은혜를 감사하는 사람들의 모임 자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런 성도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그것이 어디이든 상관없이-교회, 가정, 직장, 지하 동굴 등-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모임이라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롬8:29~30에서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로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하심이니라.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란 하나님께서 미리 아시고 예정하셔서 그 예정하신 자들을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부르신 성도들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성도들의 모임이 곧 교회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의 참된 출발은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예정 가운데 비롯되었습니다. 이것이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교회의 기원입니다.
신약시대에 교회의 기원에 대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있습니다. 시몬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마16:16)라고 고백하였을 때 예수님께서 기뻐하시면서 하신 말씀이 그것입니다.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16:18) 그러므로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하는 사람은 모두 하나님의 백성이요, 그들의 모임이 바로 교회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 속에서 교회의 진정한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알게 됩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 “내 교회”를 세울 것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주인은 목사도 아니요 개척교회 멤버도 아니요, 헌금을 많이 한 장로, 집사도 아닙니다.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시요 우리는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지체들입니다. 따라서 내가 먼저 이 교회에 왔고, 더 많이 봉사한다고 하여 마치 내가 이 교회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다음에는 교회에 대한 신학자들의 주장내용을 조금 언급해야겠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잘 들으면 ‘거룩한 공회/교회’라고 고백하는 이유를 보다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자들은 교회에는 가시적인 교회와 불가시적 교회의 두 종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먼저 가시적인 교회란 눈에 보이는 지상의 교회를 말합니다. 특정한 건물과 조직을 갖추고 정규적인 모임이 이루어지는 모임 자체가 바로 가시적인 교회인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교회는 불완전합니다. 교회에 다니는 성도 중에서도 참 성도가 다수이지만 그 중에 가라지와 같은 신자도 있습니다.
노아와 함께 홍수로부터 구원을 받은 그의 가족 중에도 홍수 이후 노아가 술취하여 실수하였을 때 비웃는 함과 같은 아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세와 함께 애굽땅에서 나왔던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도 걸핏하면 모세와 아론을 대적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교회는 때로 성경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인하여 분열되기도 합니다. ‘이 말씀을 기록하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이 말씀을 통하여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하셨을까?’를 찾는 과정에서 장로교, 성결교, 침례교, 감리교 등의 교파가 생겨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말씀을 변질, 왜곡하거나 부인하는 교회는 절대로 거부되어져야 합니다. 그런 교회가 ‘기독교’ 또는 ‘교회’란 이름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저들은 적그리스도요, 사이비 이단종교입니다.(예 : 여호와의 증인, 안식교, 몰몬교, 통일교 등) 그리고 결코 저들의 잘못된 가르침에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교회를 병원에다 비유합니다. 병원에는 환자들이 와서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아 점차 건강을 찾아가는 곳입니다. 교회도 죄인인 인간이 예수님 앞에 ‘천부여 의지없어서 손들고 옵니다.’라고 찬송을 부르며 나아와서 죄 용서함을 받고, 상처가 치유받고, 문제가 해결받고, 축복을 받는 곳입니다. 그래서 신앙생활의 경륜이 깊어질수록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거룩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람을 보고 교회에 다니면 시험에 들기 쉽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모든 사람이 천사는 아닙니다. 여전히 연약한 죄인들입니다. 이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다른 성도가 연약하여 실수하여도 비난하기보다는 사랑으로 감싸고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성경적이 아닌 잘못된 교훈이나 그릇된 세상의 풍조로 교회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절대 거절해야 할 것입니다.
이과 같이 가시적인 교회 안에서 외견상 누가 참신자이며, 거짓신자인지 정확하게 구별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신자들의 신앙고백과 그들의 생활을 보고 판단할 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교회는 날마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있으며, 언젠가 완전하게 되어지며 승리할 때가 다가온다는 사실입니다.
진정한 교회는 벽돌과 대리석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고 돌아와서 천국백성이 되어지면 그 때마다 교회가 확장되어지고 든든히 서 가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불가시적인 교회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교회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란 무슨 뜻일까요? 루이스 벌콥이라는 신학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그리스도와 신자들과의 연합은 신비적인 연합입니다. 성령님께서 보이지 않는 줄로 연합하십니다. 중생, 진정한 회심, 참된 신앙, 그리스도와의 신비적 연합과 같은 구원의 축복들은 모두 육신의 안목으로 볼 때에는 무형적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모두 교회의 실제적 형태들로 구성합니다.”
다음으로 이러한 교회가 거룩하다는 고백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거룩이란 단어는 ‘구별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과 장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목적을 위하여 특별히 구별되어 부르심을 받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거룩한 공회를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께 속한 교회를 믿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결하게 된다는 의미에서의 거룩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신랑되신 그리스도께서는 엡5:25~27 “자기 앞에 영광스러운 교회로 세우사 티나 주름잡힌 것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깨끗하고 흠이 없게 하려 하신다”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교회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값주고 사신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거룩한 존재입니다. 세상의 죄악으로 오염되거나,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근심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사람의 생각을 물리치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날마다 자신이 죽는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수많은 사이비와 이단이 출현하여 우리 믿는 자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 우리는 어떤 교회가 참된 교회인가를 잘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위 ‘참된 교회의 3대 표지’란 것이 있습니다. 어느 교회가 과연 참된 교회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다음 기준에 맞추어보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을 소개함으로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첫째로 말씀의 진정한 전파입니다.
참된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이 바로 전파되는 교회입니다. 또한 선포되는 말씀의 핵심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그 분의 구속사역입니다. 이런 말씀이 올바르게 선포될 때 구원의 역사가 일어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변질되거나 왜곡되거나 부정되지않고, 또한 들은 말씀대로 행하는 삶의 실천이 수반되어야 참된 교회입니다. 아무리 좋은 건물과 조직, 시설을 갖추었다고 해도 하나님의 말씀이 없는 교회는 이미 교회가 아니라 인간의 모임일 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들께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알고, 많이 알기 위하여 얼마나 힘을 쓰고 있습니까? 목사에 의하여 참된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동시에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는 성도들이 있는 교회가 참된 교회입니다. 저희 선한이웃교회가 이런 교회가 되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둘째로 참된 교회의 표지는 성례의 정당한 거행입니다.
말씀으로 받은 은혜를 근거하여 예수님께서 제정하신 성례식을 바로 거행하는 교회가 참된 교회입니다. 설교가 들려지는 말씀이라면 성례는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성례식을 통하여 예수님의 살과 피를 기념하면서 예수님의 은혜를 감사할 때 그 예식을 통하여 성령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넘치도록 받게 됩니다.
대부분의 교회는 1년에 2번, 또는 4번 정도 주 예수님의 만찬을 시행합니다. 그러나 저희 교회에서는 매월 1회 이 예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분명히 유익이 있습니다. 저는 이 예식을 매월 실시하면서 자칫 기계적이고 무미건조하게 진행되지 않고, 이 예식의 진정한 의미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위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주 예수님의 만찬은 예수님께서 제정하신 것이므로 주님이 오실 때까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이런 교회가 참된 교회라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참된 교회의 표지는 권징의 성실한 시행입니다.
신자들은 어떻게 믿어야하는가의 신앙표준이 분명히 있습니다. 또한 어떻게 행해야 하는가의 도덕적, 윤리적 행위의 표준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성경의 가르침에 근거해야합니다.
그런데 지상의 교회는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자들 가운데 육신의 연약함이나 환경의 지배, 사단의 시험과 유혹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각자 개인이 회개해야할 문제이지만 그것이 교회 전체에 악한 영향을 끼치고, 교회의 질서를 문란케하는 것이라면 권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권징= 권고+징계”의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의 권징은 범죄하는 형제들을 바로 잡아 돌이키게 하며, 다른 형제들의 범죄를 저지하며, 전체 교회를 어지럽게 할 요소를 제거하며, 이로 인하여 교회에 임하게 될 하나님의 진노를 그치게 하는 방편입니다. 따라서 이를 등한시하거나 남용하는 경우 교회의 세속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서 참된 권징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위에 교회들이 많다보니 한 교회에서 물의를 일으켜서 권징을 받게되면 ‘교회가 여기뿐인가? 다른 교회로 가버리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입니다.
이제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우리가 “거룩한 공회/교회를 믿습니다”라고 고백하면서 우리가 다른 교회에 대하여 시기하거나 경쟁심을 가지는 행위를 한다면 분명 잘못입니다. 다른 교회가 부흥하면 함께 기뻐하고, 어려움을 당하면 함께 기도해주고, 협력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전에 살던 집 맞은편에 교회가 있었습니다. 교인의 수가 3,40명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가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소문이 나자 주위에 있던 교회에서 그 교회 교인들을 자기 교회로 데려가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그 자리에 다른 교회가 설립되었지만 그 교회는 6개월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바뀌는 모습을 목격하였습니다. 다른 교회의 불행이 곧 우리 교회의 행복입니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서 어떻게 거룩한 공회를 믿는다고 고백할 수 있겠습니까?
거룩한 공회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저희들은 교회 교인들이 하나되어야 합니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멀고 큰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서로 용서하는 것입니다. 자기의 유익을 구하기 전에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입니다.
예배시간에 늦게 오는 분들을 위하여 앞좌석부터, 안쪽부터 앉는 작은 배려입니다. 성경 찬송을 가져오기 싫어서 비치용 성경 찬송을 독차지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식사 후에 밀감껍질이나 음식 찌꺼기를 아무렇게나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다른 지체로서 형제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런 일부터 몸소 실천한다면 진정한 교회의 하나됨과 거룩함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