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산성교회가 이 땅에 세워진 지가 벌써 만 20년이 되었다. 지난 1990년 오직 주님만을 사랑하여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며 서울 강동구 성내동 주택가 어느 지하실을 얻어서 거룩한 깃발을 꽂고 시작할 때 개척만 하면 한 오십여명이 모이는 것은 식은죽 먹기라고 생각했던 자신감은 두달뒤 갑자기 닥친 홍수로 인해 산산히 부서지게 되며 철저히 겸손히 무릎을 꿇게 하셨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그 날 새벽, 개인기도를 하는데 누군가 교회를 향해 ‘물이 들어 와요!!!’ 하는 외마디 소리에 깜짝 놀라 1층 바깥으로 올라가 보니 물이 1층 현관을 넘고 있었다. 교회 뒤의 반지하 사택을 가보니 그곳도 이미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수 없어 차오르는 물을 피해 윗층으로 몸을 옮긴후 어린 두 아들과 함께 물을 헤쳐 수재민 합숙소로 피난을 하는 내 머리는 텅 비어 있었다.

열흘후쯤, 물이 빠진 교회를 들어가보니 처참하기 이를데 없었다. 흙과 오물과 함께 의자와 강대상과 주방 살림 그리고 성가대 까운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었으며 한쪽 구석에 피아노가 거꾸로 쳐박혀 있었다. 8살 때부터 치던 피아노는 아내가 가장 아끼는 것으로서 그 피아노를 쳐서 대학에 들어갔고 부모의 반대로 결혼하느라 아무것도 챙길수 없는 상황속에서도 그 피아노를 가지고 시집왔으며 목회하기 전까지도 그 피아노로 레슨을 하다가 교회 개척과 함께 교회 성물로 드려져서 아내가 계속 반주하던 분신(?)과 같은 것이었다.

그 와중에 그나마 몇 명 되지도 않던 성도들중 일부가 떠나고 또 그 자리에 엎드려 눈물로 기도했던 그때 그 날을 나는 절대로 잊을수가 없다. 며칠후 평소 왕래가 없었던 고종사촌 형수가 친정 어머니와 함께 폐허가 된 교회를 찿아 오셨는데 1층 공터에 부서진채로 널려진 피아노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프셨다며 200만원을 피아노 구입 헌금을 하시는 것이었다.

‘아! 하나님이 아시는구나’- 아! 하나님이 보고 계시는구나‘- 교회 창립 20주년을 맞은 生日에 왜 그때 그 일이 생각 나는걸까? 아마 교회 개척때의 그런 아픔이 없었더라면 어쩜 오늘의 20주년 기념이 이렇게 기쁘고 감사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아니 오늘의 이런 교회와 사역을 하지 못했을런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절대 잊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교회를 통해 구원 받고 신앙생활하다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이 생각난다.

오! 주여

끝까지 잊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변치 않게 하소서

(주후이천십년 칠월 첫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