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에 평소 늘 준비해 놓은 여행 가방에 긴 옷과 속옷과 양말을 챙겨 평창 수양관으로 향했다.
내일 오전에 가자는 아내를 설득하여 고속도로 밤길을 달려오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혹시 누가 깰세라 조심 조심 까치발을 들고 3층 숙소로 올라 침대에 누우니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평창 수양관에서의 추석 명절은 내게 행복을 주었고 또 아련했던 어릴적 명절의 향수도 달래게 해 주었다.

수양관 식구들과 함께 송편을 빚고 배추전을 부치며 옛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가을 입성을 시샘하는 쓸데없을 것 같은 비가 오다 가다를 반복하는데 서울, 경기 지역엔 102년 만의 집중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났다는 얘기가 들려, 20년 전 성내동 지하실 교회에서 만난 물난리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팠다.

이번 추석 명절이 수요일이고 앞뒤로 연휴가 되어 어쩌면 성도들이 이곳에서 지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으로 삼일예배도 이곳에서 드리겠다고 결정을 하고 내심 기다렸는데 월요일부터 와 계신 김 권사님 가족과 명절 당일 저녁 무렵에 도착한 우리 아이들과 서너 가정만 방문하여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기대보다 훨씬 적은 성도들이 모이게되어 조금 실망했지만 마음을 바꿔 생각해 보니 우리 성도들이 그래도 명절에 찾아가고 만나야 할 혈육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순간 서운했던 맘이 싹 가셨다. 아내가 목욕을 하고 싶다하여 드라이브도 할 겸 인근의 휘닉스 파크 리조트에 가보니 그곳은 불야성이었다.

그 큰 콘도가 빈 방이 없이 휴양객들로 가득찼으며 가족들과 함께 명절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로 붐볐다. 추석 전날은 물론 당일 낮에도 여전히 만원 사례였다.

어느 한편에선 제사 지내느라 며느리들이 바쁘고 힘들게 일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그런 부담없이 온 가족이 행복하게 명절을 보내고 있었다.

금요일 조간 신문을 보니 명절에 남편과 싸운 아내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눈에 띄었다. 이젠 명절이 곧 제사라는 의식이 사라져야 한다. 이런 것이 사라져야 가족들이 부담없이 만날 수 있고 즐겁게 지낼수가 있다. 이런면에서, 예수님을 믿는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자유로운지 모른다

오! 주여

대한민국이 복음화되어

제사 때문에 고통받는 며느리들이 해방되게 하소서

(주후 이천십년 구월 넷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