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위세를 떤다. 새벽 기도를 나서는데 숨 쉴 때마다 콧속이 굳어짐을 느낄 정도니 아마 체감온도가 영하 20°는 훨씬 넘는 듯하다.

이제 2010년의 마지막 주일과 며칠 남지 않은 날들을 보내며 언제나 그렇듯 잘한 일은 생각나지 않고 부족하고 아쉬운 마음과 하나님을 향한 죄송한 마음이 들고 더 열심히 하지 못한 일들만 생각이 난다.

좀 더 잘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을까? 평소 성도들의 열심있는 수고와 헌신을 보면서 속으로는 대견스럽고 기특한 마음이 들면서도 격려와 칭찬을 말로 표현하는데 조금 인색했던 나를 성령님께서 깨닫게 하심이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달, 추수감사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성전 계단을 내려가는데 늘 그랬듯이 헵시바 중창단의 찬양 연습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갑자기 저들의 찬양소리가 너무 귀하고 아름답게 들리며 그 헌신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수지산성교회를 섬기며 각 직분을 맡아 헌신하는 성도들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고 소중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우리같은 것들을 은혜로 구원해 주신 하나님께 헌신하고 충성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하였기에 이런 나의 생각이 아마 성도들의 헌신을 보는 나의 표현에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헌신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의 열심을 보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은 내가 성도들을 보는 눈과는 다르다는 것을 성령께서 깨우쳐 주신 것이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들이 주님의 은혜에 감사해서 열심히 헌신하고 주의 뜻대로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시면서 안쓰러워하시고 기특해 하시고 또한 너무 고마워하신다는 것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설교를 하면서 나를 깨우쳐주신 성령님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그 동안 성도들을 향해 칭찬과 격려에 인색했음을 고백하곤 고개를 숙여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성도들도 그 동안 그렇게 생각했는지(?)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올 한해동안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를 향하신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러므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리고 새 해엔 좀 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오 주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후 이천십년 십이월 넷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