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자주 쉽게 생기면 간 질환 의심

흔히 '멍'이 들었다고 얘기하면 시퍼런 상처와 달걀을 떠올리기 쉽다. TV연속극에서 부부싸움을 한 다음 날 눈 부위에 시퍼렇게 든 멍을 달걀로 마사지를 하는 장면이 자기도 모르게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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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타박으로 멍이 든 경우야 시간이 해결해 주지만 별다른 이유도 없이 쉽게 멍이 드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아주 고역스럽다. 특히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철에는 '혹시 맞고 사는 게 아니냐'는 엉뚱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양지병원 김상일 원장은 "멍은 타박에 의하지 않더라도 감기나 편도선염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간 기능이나 혈소판 기능이 약해졌을 때 잘 나타나므로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멍이 잘 생긴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멍, 나이에 따라 원인과 모양 달라=멍은 혈관 안에 있어야 할 적혈구가 어떠한 이유로 인해 혈관 밖으로 나온 상태를 말한다.

혈관 밖으로 나온 적혈구는 피부조직 내에서 점차 파괴되는 과정을 겪게 되면서 처음에는 붉게 보이다가 파란색, 보라색,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상처부위가 보라색을 지나 갈색으로 변했을 때는 적혈구의 파괴가 끝나고 출혈도 멈춘 상태라는 뜻이다.

멍은 타박상에 의한 것이 가장 많지만 다른 원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나이에 따라 멍이 생기는 원인과 모양이 다른데, 젊은 사람은 감기나 편도선염을 앓은 후 생기기도 한다. 이 때는 크기가 3㎜ 이하의 작은 출혈성 반점이 다리에 집중적으로 생기는 게 특징이다.

반면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생기는 멍은 피부조직 안에서 혈관을 지지하고 있는 조직들이 약해진 탓으로 발생한다. 노인들 중 집에서 문을 열거나 닫을 때 살짝 부딪히는 정도의 압박 자극에도 피부에 멍이 드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간 기능 저하, 멍으로 나타나=유난히 사소한 자극에도 멍이 잘 드는 사람은 다른 질환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먼저 혈소판의 수가 감소하거나 그 수는 정상이지만 기능이 불량한 경우 멍이 잘 들 수 있다. 혈소판은 우리 몸에서 혈액의 응고나 지혈작용을 담당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숫자가 줄어들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사소한 자극에도 멍이 잘 들게 된다. 백혈병, 특발성혈소판감소증 등의 빈혈성 혈액질환이 의심되므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간 기능이 크게 저하된 환자도 멍이 잘 든다. 특히 간경변처럼 간이 많이 손상된 만성 간 질환 환자에게서 흔하다. 이 경우 잇몸 출혈과 함께 피부에 넓게 멍이 생기며, 여러 개의 점 모양으로 멍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 간 질환자에서 멍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 몸의 지혈작용을 혈소판에서 주로 담당하지만 간에서 생산되는 응고인자도 지혈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멍이 들었을 땐 즉시 냉찜질을 해야=멍은 혈소판이 혈관 밖으로 나올 때 발생하는 것이므로 멍이 들었을 땐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즉시 냉찜질을 하는 게 좋다. 팔이나 다리에 멍이 들었다면 심장보다 높은 위치로 올려 멍든 부위로 피가 몰리는 것을 막는다.

주의할 것은 멍이 들자마자 온찜질을 하거나 사우나를 하게 되면 혈소판이 혈관 밖으로 나오는 것을 촉진, 멍이 더 커지게 된다는 사실. 온찜질은 출혈이 완전히 정지된 뒤 피부에 뭉친 혈액을 분산시킬 때 필요하다.

흔히 멍든 부위를 날달걀로 문지르는 마사지도 완전히 지혈이 이뤄진 상태에서 해야 효과가 있다. 멍든 부위가 보기 흉할 때는 생감자를 갈아서 찜질을 해준다. 감자의 솔라닌 성분이 멍든 부위를 가라앉히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전 을지대병원 피부과 구대원 교수는 "평소 멍이 잘 드는 사람은 아연이 풍부한 육류나 조개류 등을 자주 섭취하면 혈관에서 혈액이 빠져 나오는 것을 억제해 멍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