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과학기술 발달로 우리 인간은 오랫동안 유지했던 신체리듬이 완전히 깨졌다.
사람들은 이제 한밤중에도 일을 하고 인생을 즐긴다.
텔레비전이 24시간 방영되고 편의점의에는 하루 종일 불이 켜져 있다.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지속적으로 수면을 유지하기 힘들고 새벽에 일찍 깨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불면증은 성인 3명 중 1명이 경험하고, 10명 중 1명은 만성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흔한 질환이다.
매일 잠을 설치고 나면 스트레스와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고 작업효율이 떨어질 수 있어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 잠 부족하면 노화 촉진
여러 연구를 통해 나온 최적 수면시간은 남자 7~8시간, 여자 6~7시간이다.
수면을 통해 몸이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다면 1~2시간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게 마련이다.
수면은 생체리듬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중추신경계 활성화, 에너지 저장, 체온 조절 등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긴장을 완화시킨다. 날마다 7시간씩 푹 자면 뇌와 심장은 3년이 더 젊어진다. 하지만 잠이 부족하면 뇌에서 즐거움을 유발하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 정신이 맑지 못하고 몸이 고단해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단 음식이나 담배 같은 유해물질을 많이 섭취하려 든다.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다당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노화를 촉진하는 원인이 된다. 불면증은 전신 피로감, 정서 불안, 전신 무력감, 집중력 결핍 등과 같이 매우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 혈관 노화와 심장발작 위험을 높인다.
의학적으로 수면은 크게 렘수면과 논렘수면으로 구분된다. 렘수면이란 뇌파상으로는 각성기 때와 비슷한 파형을 보이면서도 근육은 완전히 이완되어 있는 상태로 몸은 완전히 잠든 상태이지만 뇌는 거의 깨어 있는 역설적인 상태인 수면을 말한다. 렘수면을 이루는 동안에는 꿈을 꾸면서 뇌에 이미 들어 있는 정보를 재편성하고 회수하여 인식과 기억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에 급속한 안구운동이 일어나므로 REM(Rapid Eye Movement) 수면이라 부른다.
논렘수면은 인체 소화기와 순환기, 면역기능을 조절하고 체력을 축적하는 단계다. 우리가 감기가 걸리거나 아플 때 잠을 푹 자고 나면 증상이 호전되는 것도 수면 중에 인체 면역기능을 향상시켜서 질병과 싸우기 때문이다.
◆ 불면증 원인 다양
불면증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일상적으로는 카페인 과잉 섭취에 의한 불면증이 많다. 카페인이 함유된 대표적인 음식은 커피, 콜라, 홍차를 들 수 있으며 그 밖에도 초콜릿이나 일부 약품, 살을 빼는 약, 피로회복을 위한 드링크류에도 들어 있다.
또한 야간근무를 자주하는 등 주야 생활리듬이 불규칙해도 불면증이 올 수 있다. 특정 질환에 쓰이는 약물에 의해서도 불면증이 유발될 수 있는데, 일부 진통제나 감기약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불면증은 심혈관질환, 위장장애, 비뇨기계 질환, 신경계 질환 등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노년기에 많이 발생하는 호흡기질환, 관절염, 위궤양통증 등도 깊은 잠을 들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여러 사회병리적 현상과 더불어 개인성격, 환경요인, 가정과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이 불면증 원인이 되는 사례가 흔해 이에 대한 적절한 평가도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1~2주간 수면 상태를 기록한 수면일기와 수면다원검사 등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 양질의 수면 방법과 불면증 치료법
= 잠을 청하기 가장 좋은 침실 환경은 시원하고 어두운 방이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기온을 낮추거나 옷을 벗어 체온을 더 떨어뜨리면 잠이 잘 온다. 또 햇빛이나 외부 불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친다.
이불이나 베개도 수면에 큰 영향을 준다. 햇볕에 잘 말린 푹신한 이불, 목과 어깨에 부담이 가지 않는 베개는 숙면에 도움이 된다. 자기 전에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뒤쪽 발바닥 한가운데에 있는 시면(失眠)이라는 경혈을 자극하는 것도 좋다.
잠이 안 오면 잠자기 전 카페인이 없는 음식을 약간 먹는 것도 좋다. 멜라토닌(뇌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수면에 관여)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 귀리나 옥수수, 쌀 또는 전곡류로 만든 파스타나 채소 같은 세로토닌을 함유한 복합당류를 소량 섭취한다. 저지방 우유와 같은 고전적인 방법을 써보는 것도 괜찮다.
양질의 수면을 위해 생활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잠을 잘 자려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매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는 "수면 시간은 일종의 습관으로 사람에 따라 4~9시간씩 다양한 양상을 취하고 있다"며 "아침형 인간이 좋다고 하지만 무리해서 수면습관을 바꾸게 되면 건강에 이상이 올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낮잠도 가급적 자지 않도록 하고 자더라도 20분 이상 자는 것을 피해야 한다. 잠자리는 수면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침대나 방에 눕거나 엎드려서 책을 보거나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일 등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사에서 가져온 서류나 컴퓨터, 텔레비전 등을 지금 당장 침실 밖으로 내놔야 한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카페인 섭취를 피하는 것도 상책이다. 저녁에 술 마시는 것도 한밤중에 잠을 깨게 만든다. 술과 함께 과식을 하게 되면 위는 소화를 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쓰게 되어 잠을 자기가 힘들다. 또 과음을 하면 갈증을 느껴 자꾸 깨게 되니 수면에 방해가 된다. 불면증이 심해지면 상당수 사람이 수면제를 복용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수면제는 단기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중독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 복용은 오히려 몸에 해롭다고 지적한다.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이주헌 교수는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내성, 의존성, 수면구조의 변형, 반동성 불면증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단기간 처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수면제 복용을 통한 임시적인 증상의 개선보다는 불면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최근에는 수면위생, 인지치료, 자극조절 및 수면제한, 이완훈련, 광치료 등 비약물적인 치료가 권장되고 있다. 때로는 수면제와 비약물치료를 병행해 더 효과적인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