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첫사랑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