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부터 치질까지 "문제는 혈액순환이야"
`사망원인 2번째` 뇌졸중, 목숨 지키더라도 후유증 커 경구용 응고억제제로 예방
손끝 발끝에서 발생하는 레이노증후군·버거씨병 혈관 확장제 사용 효과
인기리에 방영된 의학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감염혈전(Septic thrombus)'으로 환자 다리를 자르는 수술장면이 전파를 탔다.
우리 몸에서 혈액은 끊임없는 순환을 통해 조직과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며 에너지, 호르몬, 면역계 대사를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 환자는 교통사고 후 오랜 시간 동안 누워 있다 보니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다리 끝에서부터 세균에 감염된 혈전이 과다 생성돼 결국 절단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혈액순환 장애는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손, 머리, 엉덩이 등 온몸 구석구석에서 질환을 야기하기도 한다. 각 신체에서 주로 발병하는 대표 질환과 그 예방법을 알아본다.
◆ 머리 끝 혈액순환 장애 뇌졸중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걸리기 쉬운 질환으로는 뇌졸중이 가장 대표적이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혈관질환으로 혈액 공급이 되지 않은 부분의 뇌 기능이 손상돼 신체장애가 온다. 한국인 사망 원인 질병 중 두 번째로 많으며, 살아남더라도 반신불수(마비)나 언어장애 등 후유증이 뒤따라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근래 뇌졸중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신방세동 심장박동이 일정하지 않은 부정맥의 가장 흔하지 형태인 심방세동은 심장의 비정상적인 전기 활동으로 심방이 불규칙적으로 박동하고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증상을 보인다.
이런 탓에 심장 기능이 약해지고 심장에서 다른 신체 부위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기능이 떨어진다. 특히 심방세동이 위험한 이유는 뇌졸중 위험을 약 5배 증가시키며 이로 인해 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은 치료를 한다고 해도 예후가 매우 나쁘므로 뇌졸중 예방을 위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유럽심장학회도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뇌졸중 예방을 위해 리바록사반 성분과 같은 간편한 경구용 혈액응고억제제를 적극 권고했다.
◆ 엉덩이 끝 혈액순환 장애 '치질' 치질은 항문 안쪽 혈관이 늘어나 혈관을 덮고 있는 점막과 함께 덩어리를 이뤄 밖으로 빠져나온 상태를 일컫는다. 주로 정맥 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피가 고여 뭉치는 것이 원인이다.
변비나 설사, 화장실에 오래 앉아 무리한 힘을 주는 습관, 피로와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배변 때 치질 돌출이나 출혈,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바깥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항문이 차가워지면서 모세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켜 치질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 음주를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돼 항문혈관을 팽창시키고 피부나 점막이 부풀어 올라 심하면 항문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과음은 금물이다. 증상 초기에는 좌욕이나 약물요법 등 보존적 치료로 일시적으로 증상은 호전되지만 심할 때는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고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 손끝 발끝 '레이노증후군ㆍ버거씨병' 손끝 발끝에서 발생하는 혈액순환 장애도 있다. 바로 수족냉증. 수족냉증은 수축성 혈액 질환으로 추위에 노출되거나 심하게 긴장할 때 발생한다.
수족냉증과 비슷한 질환으로는 레이노증후군이 있다. 손이 찬 증세가 수족냉증보다 심하고, 손가락이 파랗게 되는 청색증까지 올 수 있다. 손 온도를 따뜻하게만 하면 쉽게 개선되며 혈관 확장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버거씨병(Buerger's disease)도 비슷한 질환이다. 폐색성혈전혈관염이라고도 하는 이 질환은 동맥혈관이 기능적인 수축이 아닌 구조적으로 좁아져서 생기는 병이다.
주로 다리와 발에 나타나며, 주된 증상으로는 통증이나 시림이 있고, 심하면 피부에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손발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도 보인다. 지금은 재기에 성공한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 송창식 투수는 2008년 버거씨병 판정을 받고 은퇴를 결정하기도 했었다.
버거씨병은 흡연자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환자들은 금연이 절대적으로 권고된다. 아울러 혈관확장제와 동맥혈류를 원활히 하기 위한 수술적 요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심하면 다리 절단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하므로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