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들은 발효식품을 신이 내린 선물로 생각했다.
쉽게 상하던 식품들이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저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맛과 영양이 더욱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간편하고 빠르게’를 외치며 병들어가는 현대의 식생활에서 건강을 지켜주고 생명 연장의 힘을 더해주는 발효식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리네 식생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발효식품의 진가와 이를 더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

발효란…
발효는 미생물이 가진 효소로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미생물이 음식을 발효시키는 동안 알코올이나 젖산, 아세트산 등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들이 영양소의 파괴를 막고 부패를 막는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한다. 젖산을 대량 생산하는 유산균 발효에 의해 음식물을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발효와 부패는 비슷하게 진행되지만 효소가 유기물을 분해한 결과 우리 생활에 유익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 한다. 된장, 치즈, 식초 등을 떠올려보면 발효식품들은 독특한 향과 맛, 촉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한 맛과 향을 지닌 특정 발효식품은 어려서부터 먹고 자란 사람이라면 맛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상징하는 고유문화로 인식되기도 했다.

생명연장에 영향을 미치는 발효식품
배양균이 살아 있는 발효식품을 먹는다는 것은 몸속에서 여러 가지 배양균이 자라게 한다는 뜻이다. 대규모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그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인간의 몸은 여러 미생물들이 번성할 때 효과적으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작은 생태계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천연 발효식품을 먹는 것은 몸 안에 자연을 불러들이는 것이며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이다. 미생물 배양균이 들어 있는 천연식품은 변해가는 환경에 우리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며 질병에 내성을 길러준다. 세계적인 장수국가 국민들의 식생활을 보면 요구르트나 된장 같은 발효식품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을 많이 봐왔고, 발효식품이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과학자들에 의해 발표된 바 있다. 면역학자인 메치니코프 박사는 유산균이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건강을 지켜준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발효식품이 인류의 수명과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효 식품의 대표적 효능
1. 면역력을 높여주고 노화를 지연시킨다.
2. 암과 돌연변이 반응을 억제한다.
3. 당뇨병에 효과적이다.
4. 고콜레스테롤증을 치료한다.
5. 아토피와 알레르기를 개선하는 등 피부건강에 좋다.
6.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7. 설사와 변비를 개선한다.
8. 간장을 보호한다.


◆ 콩 발효식품
식품은 발효하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소화되기 쉬운 형태로 바뀐다. ‘콩’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콩은 질 좋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지만 이 단백질은 체내에 쉽게 흡수되지 않는다. 그대로 먹으면 위장에 가스가 차고 소화가 잘 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콩이 발효를 거치면 단백질이 분해되어 쉽게 소화되는 아미노산으로 바뀐다.

된장 콩을 삶아 으깨어 메주를 만들어 효모를 띄운다. 메주는 소금물에 담가 항아리에서 발효시킨 뒤 메주 덩어리를 건져 국물은 간장, 메주 덩어리는 소금을 더 넣어 다시 항아리에 넣어 숙성시키면 된장이 된다. 이것이 재래된장이다. 제대로 된 숙성과정을 거친 된장은 발효되면서 뛰어난 항암효과와 항산화 성분을 만들어낸다. 또 여성에게 좋은 이소플라본, 비타민 E, 사포닌 등 콩의 영양소를 그대로 함유해 다양한 효능을 발휘한다.
how to eat
된장의 효능을 제대로 즐기려면 잘 숙성시킨 재래식 된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 특히 대량으로 만들어 상품화한 된장을 고를 때는 유전자 조작 콩으로 만든 제품은 아닌지, 제대로 된 숙성과정을 거친 제품인지 꼼꼼히 확인한다. 된장의 발효성분을 잘 살린 요리를 하려면 찌개를 끓일 때는 10분 이내로 끓여내고, 생된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쌈장, 나물무침 등에 활용하면 좋다. 된장을 활용한 조림도 좋은데, 고등어된장조림은 발효성분이 고등어의 살을 부드럽게 해준다.

청국장 청국장은 된장과 비슷하나 숙성 시간이 짧아 속성 된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된장은 몇 개월 이상 발효, 숙성 기간이 필요하나 청국장은 2~3일에 발효되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만든 청국장은 된장보다 유익균이나 소화효소가 활성화되어 있다. 청국장은 혈전을 막고 항암효과, 감염증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how to eat
청국장의 유익균과 소화효소는 대부분 가열하면 파괴된다. 때문에 생으로 먹을 것을 권하는데, 김치나 구운 김, 상추쌈, 진간장과 함께 먹으면 청국장 특유의 냄새를 줄여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청국장에 있는 고초균은 소화관에 서식하는 정상 세균총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생청국장을 먹었을 때 속이 불편할 수 있다. 청국장으로 찌개를 끓인다면 모든 재료가 끓은 다음 마지막에 넣는 것이 좋다.

나토 삶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일본 전통 발효식품. 한국의 생청국장과 비슷하다. 주로 찌개로 먹는 청국장과 달리 생으로 먹기 때문에 유익한 효소들이 파괴되지 않는다.
how to eat
나토는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달걀, 간장, 겨자 등과 섞어 밥 위에 올려 먹는다. 끈적끈적한 점액이 콩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데 이것을 저으면 부피가 커지고 더 끈적끈적해진다. 생나토의 점성 물질은 위벽을 보호하고 장 노폐물의 배출을 수월하게 한다.

◆ 치즈와 요구르트
유당 때문에 우유를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치즈, 요구르트, 버터 등 우유 발효식품을 섭취하면 좋다. 이 발효식품들은 맛이 풍부하고 질감이 좋아서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치즈 유럽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으로 가축의 젖을 발효시켜 응고된 물질인 커드(우유응고물)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치즈는 단백질과 지방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데, 특히 우유와 치즈의 영양성분을 비교해보면 단백질, 비타민 A, 칼슘, 철분 등이 확연히 높아 다이어트나 피부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치즈의 단백질에 포함된 아미노산 메티오닌은 간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알코올 분해를 도와 술을 마실 때 함께 마시면 숙취 예방에도 좋다.
how to eat
치즈의 유익한 균과 영양성분을 제대로 섭취하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치즈를 소량씩 구입해 먹는 것이 좋다. 보관할 때는 온도와 습도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데, 냉장고에 넣고 꺼내기를 반복하면 영양성분과 맛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주의한다. 치즈는 종류가 수백 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므로 종류별 특성을 살펴보고 가장 잘 어울리는 요리법이나 먹는 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즐겨 먹는 대표적인 치즈인 모차렐라는 그냥 먹어도 좋고 샐러드, 피자 등에 두루 잘 어울린다. 카망베르치즈는 약간 말랑한 상태로 먹는 것이 좋으며, 너무 무르거나 냄새가 강한 것은 부패한 것이다. 그뤼에르치즈, 에멘탈치즈 같은 하드 치즈는 가열해 먹는 그라탱, 퐁듀 등을 만들 때 사용한다. 치즈는 염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므로 너무 많이 먹으면 짠맛을 인지하지 못해 성인병에 노출될 수 있으니 주의한다.

요구르트 우유를 발효시킨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발효유라고 하는 것이 맞다. 발효유인 요구르트는 김치와 함께 젖산을 함유한 대표 식품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발효식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맵고 짠 음식을 먹어 위가 좋지 않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어 대장이 좋지 않을 때, 요구르트에 풍부한 유산균이 장내 생태 환경을 개선시켜 준다. 항생제를 먹을 때 소화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요구르트를 처방하기도 한다. 또한 칼슘이 풍부하고 여러 가지 영양소가 함께 들어 있어 암 발생 확률을 줄여주고 면역력을 키워 젊음과 건강을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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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이상 상온에 두면 유산균이 줄어들고 다른 영양소들도 개체수를 증식하느라 다 사용해버린다. 요구르트의 효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냉장 보관해 차갑게 먹는 것이 좋고 요구르트를 고를 때는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플레인 요구르트를 고르도록 한다. 설탕과 유산균을 함께 먹으면 치아에 좋지 않은데, 특히 당류가 충치를 유발하고 높은 칼로리로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단맛이 없어 먹는 것을 피한다면 설탕 대신 올리고당, 자일리톨 등의 감미료를 사용한 제품을 고른다. 하루 1~3회, 식전보다 식후가 더 효과적이다. 빈속에 먹을 경우 위산에 의해 유산균이 손상되니 잠자리에서 일어난 직후나 공복에 물을 1~2잔 마신 후 먹는다.


◆ 김치
김치는 배추, 무, 오이 등의 채소를 절여 만든 발효식품이다. 김치를 절일 때 사용되는 소금은 부패균의 발육을 억제시키고, 젖산을 생산하는 유산균만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김치를 담글 때 사용되는 고추, 마늘 등의 양념은 오염균들의 증식을 억제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는 비타민 A와 C, 칼슘, 인, 철분 등의 영양소를 가지고 있으며 칼로리가 거의 없고 식이섬유가 변비와 다이어트에도 좋다. 항산화성분이 풍부해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 암 발생 확률을 억제하는 데도 탁월한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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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발효가 지속되는 살아 있는 유산균이라는 점이다. 하루 150~300g 정도 섭취하면 필요한 유산균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 김치를 담근 후 바로 냉장고에 넣기보다는 15~20℃의 온도에서 하루 정도 보낸 뒤 냉장고에 넣으면 유산균이 잘 생성되어 알맞게 신맛과 상큼한 맛을 낸다. 단 유산균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김치찌개나 볶음 등 가열한 요리는 유산균이 많이 파괴된다.


◆ 식초
식초(vinegar)의 어원은 프랑스어인 vin(와인)과 aigre(시다)의 합성어다. 식초가 와인으로부터 숙성되어 얻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와인식초는 와인을 발효시켜 만들고 사과식초는 사과주를 발효시켜 만드는 등 원재료에 따라 다양한 식초 종류가 있다. 대부분의 유산균은 강한 산에서는 살지 못해 발효식품이기는 하지만 식초에는 유산균이 없다. 그러나 식초는 요리 맛을 살려주는 최고의 발효식품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동맥경화증이나 혈전증을 일으키는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막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비만에 효과적이다. 또한 식초에 있는 유기산과 아미노산은 피로물질이 쌓이지 않도록 막아줘 피로해소에도 좋다. 최근에는 여성들을 위해 식초음료가 유행할 정도로 피부미용에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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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는 요리의 맛을 더하는 양념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국을 끓이거나 무침 등을 할 때 소금 대신 식초를 쓰면 염분은 줄고 음식의 맛은 살아난다. 식초의 효능을 음료로 즐기고 싶다면 요리용 식초는 신맛이 강하고 강한 산 성분이 있으므로 음료용 식초를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식초와 같이 신 음식은 산이 많아 치아 건강에 좋지 않은데, 에나멜이 덮여 있는 정상적인 치아라면 괜찮지만 충치가 있거나 치아가 좋지 않은 사람은 가급적 식초를 피하거나 먹더라도 빨리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 젓갈
젓갈은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원료로 소금을 더해 부패를 억제하고 세균을 이용해 숙성시킨 것이다. 젓갈로 만들어 먹으면 해산물이 숙성되면서 뼈와 살이 연해지고 칼슘의 좋은 공급원이 된다. 발효과정에서 리신 함량이 증가해 곡물 위주의 식습관에서 부족하기 쉬운 아미노산을 보충할 수 있었다. 새우젓은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더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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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거나 간을 할 때 적당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김치를 만드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젓갈인데, 젓갈류의 동물성 단백질은 다른 재료들과 섞여 발효되고 유산균을 증식한다. 염분이 많은 젓갈을 과하게 먹으면 고혈압 같은 질병이 생길 염려가 있으니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