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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어둠이 남아있는 
      병원 응급실 앞 
      단풍나무 아래에서 
      소주 한 병을 단숨에 목 안에 털어놓고 
      밤새 말없이 흐느끼는 
      중년 남자의 소리 없는 아픔이 
      나를 슬프게 한다.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다 두 아들에게 건네주고 
      밀린 병원비 때문에 
      수술도 거부 당한 채 말없이 누어있는 
      어머니를 밤새 간호하는 
      50대 가난한 큰딸의 흐느끼는 서러움이 
      이 새벽에 나를 울리고 있다 
      
      그 두 아들을 용서하는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가 
      타인인 나에게도 가슴을 난도질당하는 
      그런 고통을 준다 
      어머니의 존재는 영원한 용서 
      그 이상의 슬픔과 감사로 내게 다가온다. 
      그렇게 숨어우는 바람 소리는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예전에 어머니가 입원했던 성모병원에서
      새벽에 울고 있는 옆 환자의 눈물이 나를 울게 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