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장병, 투석 상태돼야 환자가 증상 알 수 있어
신장 기능 70% 이상이면 자각 증상 전혀 없어
30~70%는 손발 약간 붓고 15~30% 무기력, 식욕 떨어져
◇35세 이상 7명 중 1명 앓아
만성 신장병에 걸리면 몸 안의 노폐물이 잘 걸러지지 않아, 단백질·피 등이 소변을 통해 나온다. 만성 신장병은 국내 35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하나(대한신장학회 자료), 치료를 제대로 받거나 병에 대해 정확히 아는 환자가 적은 대표적 질환이다.
실제로, 신장 기능이 70% 이상이면 자각 증상이 전혀 없고, 30~70%이면 몸이 피로하고 손발이 약간 부어오르는 정도이며, 15~30%여도 무기력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정도에 그친다. 오국환 교수는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15% 아래로 떨어져야 손·발·얼굴 등이 심하게 붓고 어지럼증이나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는 "이 때문에 초기에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많이 없고 열 명 중 한 명 은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상태가 돼서야 병원에 처음 온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해야 심혈관 합병증 막아
김순배 교수팀은 신장 기능이 30~ 60% 남은 환자 347명을 45~60% 그룹과 30~45% 그룹으로 나눠 10년간 병이 악화된 비율을 살펴봤다. 그 결과, 45~60% 그룹은 열 명 중 서너 명(36%)이 악화됐고, 30~45% 그룹은 일곱 명 이상(73%)이 악화됐다. 김순배 교수는 "반면 신장 기능이 60% 이상 남아 있을 때 치료·관리를 시작해 꾸준히 지속하면 대부분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장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좋은 점이 또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인 심혈관 질환의 사망 위험이 크게 낮다. 심혈관 질환은 하수도인 신장이 노폐물을 못 걸러내 상수도인 심혈관에 부담을 줘서 생긴다. 부산백병원 신장내과 김영훈 교수는 "국내외 여러 연구를 종합했더니 신장 기능이 75~90%이면서 미세단백뇨를 동반한 환자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정상인의 2배, 15%인 환자는 6배"라며 "단백질이 소변으로 더 많이 나오는 단백뇨 환자는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최대 8배에 달했다"고 말했다.
◇거품뇨 3회 이상이면 집에서 검사
신장병은 간단하게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이 병은 초기부터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거품뇨가 생긴다. 피가 섞여서 검붉은 소변을 보기도 한다. 연속 세 번 이상 거품뇨나 검붉은 소변이 나오면 집에서 소변 스틱검사를 한다.
소변 스틱은 약국에서 파는데, 1분 만에 결과가 나온다. 또 만성 신장병은 당뇨병·고혈압·사구체신염·심혈관 질환(가족력 포함), 비만, 만성 요로감염 등이 있을 때 잘 생기므로, 이런 사람은 40세 이후 매년 한 번씩 병원에서 컵에다 소변을 받아서 하는 미세 단백뇨검사와 피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