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강
최석근
그대가 그리우면 강으로 내려간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갈증을 삭히기 위하여
벌꺽 벌꺽 강물을 마셔대는
참 달콤한 강물의 언어를 줍는다
초록이 수혈되는 강의 물살이
내 몸을 휘감고
가슴 깊숙이 이끌고 가는
수면 위의 잡음이 물살로 겹겹이 차단된
순백의 공간 안에서 가슴을 부딪치며
초록강물 소리를 내고 싶다
막힌 산이 더 높아지는 날이면 강으로 내려간다
그리움으로 쌓여진 바람의 언덕에
마주할 힘이 휘청거릴 때마다
그리움 조각들을 강물에 내려놓으면
금새 한 몸으로 흘러 편지가 된다
강물에 쏟아지는 빗물소리가 서글플 때
산 너머에는 파란 하늘에
몽실몽실한 그리움 열매가 맺혀 있기를
또 하나의 그리움을 강물에 띄운다
백세가 되어도
강물은 여전히 초록으로 흐르겠지만
틈새 없이 흐르는 강물 같은 인연으로
가슴을 맞대어 흐르고 싶어
그대가 그리우면 강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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