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너무 슬픈 눈으로만 바라보진 마세요
나는.. 아직 괜찮습니다
그저 당신이 바라보기에
벼랑 끝에 선 듯 보일지라도
나는.. 아직 괜찮습니다
수 백년을 두고도
벼랑 끝에 간신히 의지해
뿌리를 내린 채.. 그렇게 서 있는
저 소나무 한 그루를
나는 보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너무 젖은 눈망울로 바라보진 마세요
아직도.. 나는 괜찮으니까요
그저 당신이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위태로워 보일지는 몰라도
난.. 아직 괜찮습니다
산으로 난 작은 외길 섶에서..
헤일 수 없이 긴 긴 세월을 두고
수없는 발걸음에 짓밟히고도
철마다 푸르름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잡초를 나는 알기 때문입니다
당신 가고 없는 강 가에서도
온통 가슴 무너짐으로 가득한
철 지난 바닷가에서도..
난.. 괜찮았습니다
새벽 작은 이슬 방울로도
나는 목을 적시는 방법을 압니다
스쳐 지나가는 작은 바람에도
나는 몸을 실을 줄 압니다
이제 머지 않은 가을 녘 들판에서..
풀어 헤친 머리를 하얗게 날리우며
파도처럼 일렁거릴 억새를
늘 나는 닮고 싶어 했습니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난.. 괜찮을 겁니다
정말이지 괜찮을 거예요
내가 결코 혼자가 아님을 당신이 알고 있듯이
나도 잘 알고 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