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목회의 햇수가 늘면 늘수록 그리고 교회의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 커질수록, 나 자신과의 치열한 전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의와 타의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섬김을 받는 위치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로도 어느 정도 연장자가 되었고 목회의 경력 등에서도 어쩔 수 없이 대우 받는 입장이 되긴 하였으나 문제는 나의 마음인 것이다.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께서는 마20:28에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고 하셨으며 「누구든지 섬김을 받으려면 먼저 섬기는 자가 돼야하고 스스로 상좌에 앉으려 하지 말라」하시며 자기 교만에 대해 강하게 경계하셨다.

젊고 목회의 년수가 짧고 교회의 규모가 지금보다 크지 않을 때는 이런 일에 대해 신경 쓸 필요도 없이 섬김과 겸손의 위치에서 그런대로 잘 지켜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섬김을 받는 위치에 서게 되면서 문득 정신이 들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기관장의 수를 세어보니 어느새 너댓개가 되었다.

물론 모두 타의에 의해 맡은 것이지만 그러나 이런 것들에 길들여지고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명예욕이 생기게 되고, 교만한 맘과 섬김을 받으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또 그 지위를 지키려는 욕심의 관성이 생겨서 추한 모습이 될 수도 있기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지도력(Leadership)은 섬김의 리더쉽(Servant Leadership)으로서 자기 희생과 겸손과 사랑의 덕목을 요구하신다.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라기 보다는 모진 훈련으로 되어진다고 생각이 든다. 오늘의 나 된 것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고, 오늘의 나로 세워주신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겸손한 마음과 자세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최선을 다해 감당해야 교만하지 않은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음을 계속 명심해야겠다.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 희생하므로 이를 믿는 모든 사람이 구원의 은혜를 누리고 아담 한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불순종한 자기 교만에 의해 전 인류가 죄인이 되었는데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돼야할까-를 신중히 생각해 본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고개 숙인 곡식처럼 좀 더 겸손한 섬김의 종이 되도록 기도하며 노력해야 겠다.

오! 주여

뻣뻣하지 않고 부드러운 섬김의 종이 되게 하소서.

절대로 절대로 교만하지 않게 하소서. (주후 이천십이년 구월 넷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