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자.
굳이 세상과 발맞춰 갈 필요 있나
제 보폭대로 제 호흡대로 가자.
늦다고 재촉할 이,
저 자신 말고 누가 있었던가.
눈치 보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가자 사는 일이
욕심부린다고 뜻대로 살아지나
다양한 삶이 저대로 공존하며
다양성이 존중될 때만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이 땅 위에서 너와 내가
아름다운 동행인으로
함께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쪽에 네가 있으므로
이쪽에 내 선 자리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서로 귀한 사람,
너는 너대로 가고
나는 나대로 가자.
네가 놓치고 간 것들
뒤에서 거두고 추슬러 주며
가는 일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리
가끔은 쪼그리고 앉아
애기똥풀이나 코딱지 나물이나
나싱개 꽃을 들여다보는
사소한 기쁨도
특혜를 누리는 사람처럼
감사하며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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