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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엡 6:1~3)
- 설교 : 강구원 목사
부모가 자식을 굶겨 죽이고 자식이 부모의 목을 졸라 살해하는 패륜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가정의 달을 맞이 했습니다. 정계에서는 '효의 실천을 장려하고 지원책을 세우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통과 여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4일 열린 우리당 유필우(인천 남갑) 의원에 따르면 최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효를 장려하고 그 실천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여, 야 국회의원 30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 발의했다고 했습니다.
천륜을 거스리는 반인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결과 마침내 효마저 국회에서 입법화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오죽했으면 효가 입법화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겠는가? 생각해보면 인간의 심성이 사막화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효가 법률에 없다고 해서 효를 행하지 않아도 좋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구체성을 띠고 있는 이 법안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함몰되어 가는 효심을 극명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Ⅰ. 유교의 효입니다.
공자는 우주를 자연생성론으로 받아들이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는 인간관을 가지고 우주를 형성하는 오행(五行: 金, 木, 水, 火, 土)을 인간계에 적용하였습니다.
이로써 유교에서는 오륜과 오상(오상: 인, 의, 예,지, 신)등의 사상을 체계화했던 것입니다. 공자는 이렇게 창조주를 믿는 신앙이 결여된 자연중심 세계관을 근간으로 하여 효는 모든 도덕률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자기를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은 도덕률의 으뜸으로 여겼습니다. 서당에서는 처음에 천자문(天子文)을 가르친 다음 계몽편(啓蒙篇)이나 동몽선습(童蒙先習) 또는 명심보감(明心寶鑑)이나 효경(孝敬)을 가르쳤습니다. 이 네 가지 책은 무엇보다도 효를 크게 다루고 있습니다.
동몽선습에는 먼저 오륜 가운데 효를 그 으뜸으로 가르쳐 왔습니다. '오륜은 하늘이 편 법전이요, 사람의 도리로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바이니라. 사람의 행실은 이 다섯 가지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나, 오직 효가 모든 행실의 근원이 되느니라'고 했습니다.
또 어버이께 효도한 연후에야 임금에게 충성스럽고 동생은 형에게 공손한 후에야 어른께 공손스러우니 이로 볼 때 오륜 가운데 효도가 첫째니라고 했습니다.
효경에는 "사람이 가장 존귀하고 사람의 행실은 효도보다 더 큰 것은 없느니라"고 했습니다.
논어에서는 "효의 도를 아는 사람은 윗분을 배반하지 않으며 윗분을 거역하지 않는 사람은 혼란을 저지르는 일이 없으며 훌륭한 사람은 그 본분을 지키며 본분을 다하는 사람은 길이 활짝 열리는 것이니 효의 도는 바로 어진(仁) 것이니라"고 했습니다.
또 '효도를 부모님 봉양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거야 개나 말도 그러하거늘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면 개나 말과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했습니다. 곧 견마지양(犬馬之養, 단지 어버이를 부양할 뿐 공경하는 마음은 없음)을 말함입니다.
맹자는 "세상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불효는 첫째, 손발을 게으르게 하여 부모님을 봉양하지 않음이요 둘째, 놀음이나 술마심을 즐기어 부모님을 봉양하지 않음이요 셋째, 재물을 탐내고 제 처자식만 생각하고 부모님을 봉양하지 않음이요 넷째, 한 몸의 쾌락에 빠져 부모님을 봉양하지 않음이요 다섯째, 만용을 부리어 싸우기를 좋아하여 부모님께 위태로운 걱정을 끼치는 일이니라"고 했습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는 "자기가 부모님께 효도하면 자기의 자녀도 역시 자기에게 효도하나니 이 몸이 이미 효도하지 못하였으면 자녀가 어찌 효도하기를 바라리요?" 라고 했습니다.
동몽선습(童蒙先習)에는 "효자가 어버이를 섬김에는 첫닭이 울거든 세수와 양치질을 다하고 부모님의 처소로 가서 목소리를 낮추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혹시 더우신지, 추우신지 묻자오며 무엇을 잡수시고 싶으신지를 묻자오며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여드리고 여름에는 서늘하게 하여드리며 저녁에는 잠자리를 보아 드리고 새벽에는 문안드리며 외출할 때는 반드시 아뢰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뵈오며 멀리 나돌아다니지 않고 나돌아다니는 데는 반드시 행방을 아뢰며 감히 마음대로 몸가짐을 하지 말고 감히 재물을 멋대로 처리하지 아니하여야 하느니라. 부모님께서 사랑하시거든 기뻐하여 그 사랑을 잊지 말아야 하고 미워하시면 두려워하면서도 원망하지 아니하며 부모님께서 잘못하시는 일이 있으시면 간(諫)하되 거스르지 말고 세 번 간하여도 듣지 아니하시거든 울면서 따르느니라. 또 부모님께서 노여워하시어 매를 때려 피가 나더라도 감히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부모님이 계실 때에는 공경을 다하고 돌아가시면 슬픔을 다하며 추도에는 엄숙함을 다하여야 하느니라"고 했습니다.
소학에서는 "성공을 하여 후세에까지 이름을 드높이어 부모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이 효도의 마지막이니라"고 했습니다.
예기에는 "효도에는 세 가지가 있나니 가장 큰 효도는 어버이를 존경함이요 다음 큰 효도는 어버이를 욕되게 하지 않음이요 그 다음 효도는 잘 봉양하는 일이니라"고 했습니다. 또 "효자는 반드시 순하고 부드러운 얼굴빛을 하여야 하고 부모님을 모시는 마음은 마치 옥을 들고 있는 것같이 조심하고 가득 찬 물그릇을 들고 있는 것같이 조심성 있고 정성스러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효경에는 "몸과 머리터럭과 살갗 모두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이를 훼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효도의 시작이니라"고 했습니다.
Ⅱ. 유대교의 효입니다.
유대인을 유대인답게 만드는 행동교본은 탈무드(Talmud)입니다. 위대한 연구라는 뜻을 가진 {탈무드}는 5천년 동안 뼈아픈 고난의 역사를 헤치고 오늘의 유대인을 있게 한 민족정신의 뿌리입니다.
종교가 곧 생활인 이들에게는 효 역시 그만큼 매우 소중합니다. 이는 탈무드의 정신에 뿌리 깊이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탈무드에 다음과 같이 두 아들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한 아들은 자기 아버지에게 닭을 잡아서 요리를 해드렸습니다. 그 아버지는 궁금하여 닭을 어디서 구해 왔느냐고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그런 걱정 마시고 많이 잡수시라고 말했습니다. 또 물레방앗간에서 아버지를 도와 밀을 빻고 있던 아들은 나라에서 방앗꾼을 불러 모으는 징집령이 내려졌을 때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 징집에 나갔습니다.
이 두 가지 보기를 놓고 탈무드는 두 아들 중에 어느 쪽이 천국에 가고 어느 쪽이 지옥에 떨어질 것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천국에 갈 수 있을까요? 그 대답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징집에 나간 아들입니다. 그 아들은 징집된 방앗꾼들이 힘든 노동과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힘든 일을 해야 한다는 그것을 알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옥에 간 사람은 닭고기를 바친 아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아버지의 물음에 충분한 대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순종이 부족한 것입니다. 탈무드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효가 아니면 차라리 아버지를 징집 나가도록 하여 일하게 하는 편이 낫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아 부모님을 잘 봉양하거나 자식을 먹여 살리는 것은 효도도, 사랑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Ⅲ. 기독교의 효입니다.
1)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해야 합니다.
본문 6장 1절에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고 했습니다.
부모에게 순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륜(人倫)에 해당됩니다. 여기 {주 안에서}란 교훈은 '성경의 가르침 안에서'라는 말입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부모님을 섭섭하게 하거나 노엽게 하는 자녀를 이따금 볼 수 있습니다. 참다운 사랑에서 우러나온 효행이라면 결코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혹시 부모님들이 자녀의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을 시키시더라도 자녀는 부모님의 마음을 기쁘시게 해드리기 위하여 정성껏 순종하는 것이 곧 효입니다.
잠언 6장 20-22절에 {내 아들아 네 아비의 명령을 지키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 말고 그것을 항상 네 마음에 새기며 네 목에 매라 그것이 너의 다닐 때에 너를 인도하며 너의 잘 때에 너를 보호하며 너의 깰 때에 너로 더불어 말하리니}라고 했습니다.
잠언 13장 1-2절에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의 훈계를 들으나 거만한 자는 꾸지람을 즐겨 듣지 아니하느니라 사람은 입의 열매로 인하여 복록을 누리거니와 마음이 궤사한 자는 강포를 당하느니라}고 했습니다.
골로새서 3장 20절에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 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경외와 공경의 외적인 행동표시입니다(엡 6:1; 잠 1:8).
2) 부모를 공경해야 합니다.
본문 6장 2절에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라고 했습니다.
{공경}이라는 말은 '모시어 받들어 정성으로 섬긴다'는 뜻입니다. 부모님은 자녀로부터 공경을 받을 때 가장 기뻐하십니다. 효는 부모님의 마음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것이 으뜸입니다.
출애굽기 20장 12절에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고 했습니다.
여기 {공경}(키베드, )이란 '무겁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간장'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입니다. 히브리인들은 인체의 내장 중에 간장이 제일 무겁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레위기 19장 32절에 {너는 센 머리 앞에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라고 하였습니다.
'센머리 앞에 일어섬'은 장수하신 부모에게 감사와 축하의 뜻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늙으신 부모에게 경외로움을 표시하는 것은 자녀로서의 자랑이자 긍지입니다.
3) 부모를 경외해야 합니다.
레위기 19장 3절에 {너희 각 사람은 부모를 경외하고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고 했습니다.
여기 {경외}란 말은 사람이 하나님을 섬기는 데 쓰이는 말입니다. 바로 이것은 부모가 이 지상에서 하나님의 대리자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경외}라는 말은 '공경하고', '두려워한다'는 뜻입니다. 부모님을 업신여긴다거나 그 말씀을 소홀히 하는 것은 경외가 아닙니다.
어른을 존경하고 공경하려면 모든 예절을 잘 지켜 가면서 받들어야 합니다. 어버이를 존경하고 받들어 섬기는 자녀는 어버이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존경심이 있어야 합니다.
4) 부모를 기쁘게 해야 합니다.
잠언 23장 25절에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고 했습니다.
자녀로서는 언제나 부모님을 기쁘시게 해드려야 합니다. 열친지도(悅親之道)라는 말은 어버이를 기쁘시게 하는 길입니다. 어린이는 부모의 걱정거리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학생들은 공부를 잘해야 합니다. 자식이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꼭 필요한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아름답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녀가 자기의 소질에 따라 열심히 배우고 깨닫고 일을 잘해서 성공을 한다면 가장 기뻐하실 분은 부모님입니다. 그래서 '아들이 아버지보다 낫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부모님으로서는 최고로 듣기 좋은 칭찬이요 기쁨이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행해왔던 전통적인 유교의 효와 기독교의 효가 다른 것이 무엇입니까?
유대교의 효는 부모를 절대의 자리에 두지만 기독교는 하나님을 절대의 자리에 두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너희 부모를 주안에서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옳은 효도요, 바른 효도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효도입니다.
주 안에서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약속 있는 첫 계명이라고 했습니다. 그 계명을 지킬 때
① 잘된다고 했습니다.
여기 '잘된다'는 말은 바로 '복이 된다'는 말 '토브'( )입니다(to do well, to be well). 그것은 형통의 복입니다. 범사에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시절이 찾아오는 복입니다(시 1:3). 자녀의 복(엡 6:3), 물질의 복(창 45:11), 명예의 복(창 41:46), 후손의 복(렘 35:18) 등을 포함합니다. 잘된다는 말은 '성공하다'(to succeed)라는 뜻도 있습니다.
② 땅에서 장수한다고 했습니다.
출애굽기 20장 12절에 {…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고 했습니다.
신명기 5장 16절에는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가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고 했습니다.
{장수}장수란 당대에 자신이 오래 사는 것을 뜻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기 '오래 산다' 함은 '계속해서 이어간다', '끊어지지 않고 길어진다' 는 성경적인 뜻도 됩니다(출 20:12; 신 4:40). 그렇다고 장수한다는 말은 계대적인 뜻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모는 나의 생명입니다. 부모는 이 땅에서 나의 존재입니다.
잠언 30장 17절에 {아비를 조롱하며 어미 순종하기를 싫어하는 자의 눈은 골짜기의 까마귀에게 쪼이고 독수리 새끼에게 먹히리라}고 했습니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은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습니다. 매몰 11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최병석군(당시 20세), 13일 만에 구출된 유지환양(당시 18세), 17일 만에 구출된 박승현군(당시 19세),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부모에게 지극한 효자라고 했습니다.
그 부모는 가정에서는 육친이고 국가는 통치자이고 교회에서는 목사이고 직업에서는 사장입니다.
부모를 섬기는 일은 곧 축복의 대상입니다. 부모 공경은 장차 내가 자녀로부터 공경의 대상이 되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