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환 교수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또 다른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군요. 여러분의 용서를 바랍니다. ...엄마, 모든 것이 나의 잘못입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만 남기는군요... 이 아빠를 용서하기를 바랍니다. 어리석은 아빠를 용서하기를 바랍니다.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랍니다."

"나는 아무래도 공부와 인연이 없는 것 같다. 부모님께 미안하다. 먼저 가서 죄송하다. 부모님이 나를 많이 사랑해서 야단치는 걸로 생각한다... 형도 공부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나온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길 바란다."

"(우리 엄마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 엄마 살려줘! 안 죽을래! 살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살기 싫다. 안면도에 묻어달라."

"내가 군대생활을 왜 해야 하는가. 구타와 욕설, 이제 지치네요. 부모님 죄송해요. 제가 자살을 택한 것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오랜 업무에 대한 긴장과 박봉에 대한 두려움이 한 인생을 이렇게 무너뜨리는구나. 이제는 편히 쉬고 싶다... 나의 병은 시작된 지가 오래됐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박봉에 고생하는 너를 보면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고된 업무에 시달리고 밤새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검찰에 대한 질타와 어떻게 적자를 내지 않고 가계를 꾸려나가나 하는 걱정뿐이구나."

"줄넘기나 해야지. 어, 줄에 걸렸네. 아파라. 그냥 잠깐 이대로 있어도 괜찮겠지... 지금 나야 처자식도 없고 레벨도 낮으니까 별달리 왜 사는지 모르겠다면 또 자신을 바꿀 힘이 없다면 이런 게임 관두면 되는 거잖아."

2003년 7월과 8월에 발생한 자살에서, 관심을 끄는 유서들을 신문에서 찾았습니다. 가슴이 저려오는 사연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자살도 있습니다.
자살의 원인은 참을 수 없는 심리적 고통이고 좌절된 심리적 욕구입니다. 객관적 혹은 환경적 고통도 영향을 주지만, 심리적 고통이 직접적 원인입니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거나 사회가 급변하면 자살이 늘어납니다. 실업이 늘면 자살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자살이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환경이 좋지 않거나 문제에 봉착했다고 모든 분이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즉, 자살을 환경적 원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위의 유서를 살펴보면, 앞의 5분은 환경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마지막 유서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분들이 심리적 고통을 겪었습니다. 앞의 5분은, 환경적 고통을 중화시킬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심리적 고통에 빠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분은 컴퓨터처럼 자기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는 상황에 욕구가 좌절되는 고통에 시달린 것 같습니다.
자살은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자살은 가장 극단적 해결노력입니다. 어려움에 빠지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입시에 시달려서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다는 고등학생이 많이 있습니다. 자살생각을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생각은 자살로 진행되는 과정의 시작입니다. 그러므로, 자살생각에 대해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살을 생각만 해보고,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점점 더 악화되면, 다른 해결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살을 실행하려는 구체적 계획을 만듭니다. 자살계획을 수립한 개인은 자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더구나, 자살시도의 경험이 있으면, 더욱 위험합니다.
일반 사람들이 자살생각을 자살계획으로 진행시키는 비율은 적습니다. 자살을 실행하는 도구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사회가 제한하기 때문에, 자살할 도구조차 쉽게 구할 수 없습니다. 자살도구의 접근가능성이 자살실행 가능성에 영향을 줍니다, 미국에서는 집에 총기가 있으면, 자살실행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고층 아파트가 많아서, 자살도구가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투신한 창문을 보여주거나 투신장면을 영상으로 그려서 방송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자살생각을 구체적 자살계획이나 자살시도로 진행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자살실행을 도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르신 중에, "집안에 자살귀신이 있다"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개인이 자살을 하면, 가족 및 친인척에게 ''문제에 부딪히면 자살이 좋은 해결책이다''와 ''자살을 하는 구체적 방법은 ...이다''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고려하는 분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자살생각을 자살실행으로 진행시키는 구체적 방법을 알기 때문에 자살실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자살의 기저에는 절망감과 무력감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죽음과 삶에 대한 양가감정이 존재합니다. 즉, 죽고 싶고 동시에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고방식을 보면, 생각이 제한되면서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자살과 같은 위기상황에 개입하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의 확보입니다. 상담자는 단순히 내담자의 심리적 공간을 제공하는 수동적 태도만을 견지할 수 없습니다. 적극적 태도로 내담자의 신체적 안전을 확보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내담자를 지지하는 태도와 행동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분의 안전을 확보한다고 무작정 이 분의 의견과 관점을 무시하는 것은 이 분의 심리적 상처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분의 특징은 자기존중감이 극도로 미약합니다. 그러므로 이 분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담이 종결될 때까지 자살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계약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혹은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반드시 상담자에게 전화하도록 상담의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지지를 제공합니다. 내담자가 비심판적으로 수용을 받고 있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경험을 하도록 합니다. 그러면 내담자는 마음에 여유를 갖게 됩니다. 이 때, 전혀 보이지 않던 대안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해결방법을 함께 탐색하고 검토한 후에 결정을 하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현실적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도록 돕습니다.
자살을 돕는 과정은 적극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한밤중에 몇 시간씩 전화를 하거나 내담자를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규칙적 일정에 따라 진행되는 일반 상담이나 심리치료와 다르게, 상담자의 시간과 정열을 소진시킵니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계획하거나 시도한 분들을 돕는 과정에 필요한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Hipple, 1985; Kirk, 1993).

1. 강의하거나 비난하거나 설교하지 말라.
2. 내담자와 그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비난하지 말라.
3. 자살의 찬반에 대해 논쟁하지 말라.
4. 위기는 지나갔다는 내담자의 말을 쉽게 믿지 말라.
5. 자살생각을 부정하지 말라.
6. 충격요법을 사용하지 말라.
7. 고립되고 단절된 내담자를 내버려두지 말라.
8. 급성단계(흥분된 상태)에서 진단을 내리거나 행동을 분석하거나 해석하는 것과 같은 직면을 사용하지 말라.
9. 수동적 태도로 행동하지 말라.
10.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라. 침착하라.
11. 자살 사고를 비밀로 하지 말라.
12. 주변의 문제, 관련이 되지 않는 주제나 사람에 빠지지 말라.
13. 과거나 현재의 타인의 자살행동을 영웅시하거나 미화시키거나 숭배하지 말라.
14. 내담자가 당신에게 접근할 수 있고 당신을 이용할 수 있게 하라.
15. 일정한 수준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개입을 종결하지 말라.
16. 사후관리를 잊지 말라.
17. 기록하는 것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