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영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여러 곳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보려고 새로운 이벤트들이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가정의 실제 모습을 돌아보면 너무나 쉽게 가족이 해체되고, 아이들이 보육원이나 거리로 방치되고 있다. 작년 한해의 통계만 보아도 결혼한 두 쌍 중에 한 쌍이 이혼하는 세계 최고의 이혼율을 나타내고 있다.

가정과 그 가정의 구성원들은 물론 불완전하다. 사실 완전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까르데날이 말하는 것처럼 ''삼라만상은 불완전하며, 따라서 스스로를 내주고 껴안는 것이며, 가장 깊은 본질에 있어 또 그들 존재가 근거하는 가장 깊은 신비로운 바탕에 있어 만물은 사랑에 대한 하나의 배고픔이요 목마름이다''. 두 사람이 서로 결합하기 원하고 가족을 이루기 원하는 것은 그들 모두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를 원하는 것이다. 정신분석 이론은 한 사람이 배우자를 고를 때 자신에게 없거나 부족한 면을 가진 대상에게 매력을 느끼며, 그 때문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라고 보았다. 어찌했든지 선택은 이루어졌고 이 선택에 대한 결과로 다음 세대가 태어나고 그 삶을 이어 가게 된다.

내가 상담하는 아이 중 하나는 부모가 이혼한 후 동생과 함께 보육원에 맡겨졌다. 매주 한번씩 상담을 위해 보육원에 그 아이를 데리러 가는 날이면, 나는 우울해진다. 아이를 데리고 그곳을 나올 때, 내가 상담하는 아이는 무척 얼굴이 밝아지고 명랑해지면서 조잘조잘 말을 시작한다.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 동생과 싸운 일, 학교에서 혼난 일에 대해서. 지금은 소식도 없는 아빠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았지만 다른 아이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성장의 과정에 있다. 그 아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물론 엄마가 빨리 병이 나아서 자기와 동생을 데리러 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소원은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엄마는 이미 다른 사람을 만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상담이 끝나고 보육원에 데려다 줄 때면, 기운이 푹 빠져서, 잠을 자거나 시무룩해 있거나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나 보육원에 들어가야 하는 것을 아는 순간 아이의 얼굴을 스쳐 가는 체념과 어둠의 그림자를 보기가 무척 괴롭다. 그 아이가 자기 방으로 가는 기운 없는 모습을 뒷 거울로 보면서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서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에게로 간다. 많은 죄책감과 슬픔과 아픔을 느끼면서.

가족은 사랑을 위해서 만들어진 불완전하지만 가장 귀한 삶의 안식처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장 바니에의 말처럼 ''서로의 존재를 기뻐하는 것이며, 그의 마음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기뻐하는 것이다''. 만일 그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안다면 아빠나 엄마가 그 아이를 그 곳에 그냥 두지는 않을 텐데. 우리 안에는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는 자신만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 받기 원하고 사랑하기를 원하는 목마름과 고독함이 그 안에 그득하다. 가족은 때로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을 남기기도 한다. 각자에게 있는 가장 내밀한 마음을 나눌 수 없을 때,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의지만을 관철하려 할 때, 가장 연약한 것들이 보호되지 못했을 때. 가족 안에서 사실 가장 심각하고 깊은 상처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한 사랑을 인정하면 이 상처는 또한 의외로 쉽게 치유될 수도 있다.

사랑은 이런 상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 곁을 떠나지 않는 것과 관계를 지속해 나아가려는 의지를 갖는 것. 또한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상대방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리라. 그래서 사랑은 정열일수도, 하나의 투쟁일수도, 그리고 오랜 기다림과 소망일 수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