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교수  

추수감사절을 보내면서 좋은 계절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한 일에 관하여 그 원인을 묻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데 이 행복이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내가 불행해졌을 때에, 아프거나 실패했을 때에, 고통과 고난을 당할 때에 원인을 따져본다.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불행의 원인을 내게서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 혹은 지나간 과거의 어떤 사건 등에서 원인을 찾는다. 또 자기 자신의 실수로 얻게 된 어려움을 다른 사람 혹은 사건의 탓으로 돌린다.
이것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여기는 자기부인이며 자기방어의 기제이다. 자신이 받아야 할 고통과 책임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특유의 자기중심적인 성향 때문에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될 때에 자기가 책임지고 그 대가를 지불하기보다는 남을 탓하고 나아닌 다른 이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남을 원망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자. 고난과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되었을 때에 그 고난이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이것이 있었던 것임을 믿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보자. 원망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다음의 돌이킬 수 없는 인간적인 실수가 동반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① 바꿀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는 일을 걱정하는 것
② 사소한 일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
③ 남에게 나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것
④ 어떤 일을 끝까지 시도해 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
⑤ 어떤 일을 해보지 않고 실수나 실패를 할까 염려하는 것
⑥ 일을 하면서 실수를 알면서 반복하는 것
⑦ 불편이나 실패를 당했을 때에 무심코 내뱉는 말 등.
이러한 원망은 덫에 걸린 짐승이 빠져 나오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그 덫에서 풀려나기는커녕 자신의 몸을 더욱 상하게 하는 것처럼 우리들의 마음을 옭아매게 된다. 이러한 원망과 불평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그 고통과 아픔 자체를 감사하는 태도이다. 어떠한 어려움과 고통의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은 원망과 불평을 잠재우는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수 년 전 뉴욕에서 교회를 담임했을 때 읽었던 신문 기사가 생각난다. 에반스(Evans)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인 목사의 이야기이다. 뉴욕의 부르클린의 교회를 담임하셨던 분인데, 유학 온 한국인 목사들을 잘 후원하였던 분이었다. 한인 유학생들의 장형노릇을 하던 그가 이십 개월 동안 결장암으로 투병하시다 세상을 떠났다. 이민목회자들의 믿음의 선배이며 후원자를 잃고 슬퍼하였는데 그가 남긴 투병신조 4개조의 항목은 한 번 쯤 읽어 볼만한 것이다.
1) 나는 결코 불평하지 않는다. (I will never complain.)
2) 나는 집안의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I will keep the home bright.)
3) 내가 받은 축복을 헤아려볼 것이다. (I will count my blessings.)
4) 내 병을 유익한 것으로 바꾼다. (I will try to turn it to gain.)
이것은 대학시절 읽었던 우찌무라 간조(內村鑑三)의 “소감(所感)”의 한 대목을 연상시킨다.

“고난은 어두워 보이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우리들의 삶에서 겪게 되는 많은 아픔의 경험을 원망과 불평이라는 도구로 해소하려 하지 말자. 그것보다는 이 경험들이 나 자신의 영혼을 맑게 해 주는 좋은 보약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성숙해 질 수 있는 기회로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