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 김미경
덜커덩거리는 기차를 타고
가슴 속 긴 짐 풀어놓으며
한 조각 먼지가 되어
어슴푸레 한 기억
먼 허공에다 날리 우고
가을엔 정처없이 떠나고 싶다.
칡 뿌리 마냥
얽히고 설킨 세상사
부단한 충격을 주는 삶의 고뇌
수 없이 내 안에서 부수어 내릴 때면
줄기차게 퍼부어대는
바람 아린 소리 뒤로 한 채
타인이 되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회상의 먼 그림자 앞세우고
갈바람을 타고 울려 퍼지는 향기와
가슴으로 부는 바람 걷으며
가을엔 추억이 머물다간 자리 찾아
훌쩍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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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김미경의 시가
내 마음을 20대로 되돌린다.
강원도 철원군 와수리 냇가,
그리고
코스모스 향기 날리던 육단리 들판에서,
병장 계급장과 새 명찰을 손수 새겨 달아준 그대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
그때의 머물다간 코스모스 추억을 화폭에 담아
그대 방에 걸어 주고 싶었는데.....
지금은 내방에만 걸려 있구려,
어김없이 찾아온 이 가을에도
코스모스 향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겠지.
이 가을엔 꼭 그때 추억이 머물다간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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