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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 5일, 수은주가 영하 13도 이하를 가리키는 매서운 小寒 아침 7시 30분, 지하철 3호선으로 구파발 역에 도착, 연계되는 156번 버스로 북한산 국립공원 에 하차, 해발 836.5m 백운대에 올랐습니다. 지난번에 내린 눈이 그 동안의 강추위로 하나도 녹지 않고 그대로인 채 설경을 이루어 장관입니다. 백운대 정상에 올라서니 매서운 북서풍이 휭- 휭- 몹시 몰아쳐 얼굴이 따끔따끔합니다.
백운 산장에 내려와 싸 가지고 간 김밥을 먹으면서 25년 전에 바로 이 자리에서 본 기이한 현상을 회상합니다. 그 때도 꼭 이런 날씨였습니다. 친구들과 백운 산장에서 좀 떨어진 바위 위에서 본 기이한 광경입니다.
25년 전 그 날. 전 날 내린 눈이 한낮의 햇빛을 받아 녹아서 나무 가지 가지마다 물방울로 맺혔다가 그 날 밤 강추위로 물방울이 꽁꽁 얼어붙어 나무 가지가지 하나 하나가 투명한 얼음 속에 갇혀있습니다. 온 산에 나무 가지가지가 모두 투명하다못해 파르스름한 다이야몬드 반지를 끼고 있는 모양입니다. 여기에 찬란한 햇빛이 비추자 온 산이 오색 찬란한 영롱한 보석 빛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것이 정말 너무 너무 황홀한 풍광이었습니다. 숨막히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온 골짜기를 흔들어 놓는 바람이 불자, 나무 가지가지가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큰 물결이 소리치는 듯, 백만 대군이 눈보라를 휘날리며 광활한 설원을 질타하며 아우성치듯 다- 다- 다-, 따- 다- 닥- 따- 닥-, 우- 르- 르- 르- 릉-, 다- 다- 닥- 하는 소리에 넋을 잃었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인데도 그날 온 산에 가득한 그 얼음 막대기 가지가지가 연출한 그 기이하고 웅장하고 절묘한 풍광은 눈에 선합니다. 아,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 때 나는 이런 멋진 풍경은 겨울만 되면 아무 때나 산에 올라오면 언제라도 흔히 있는 일인 모양이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그 후에야 알았습니다. 그 때는 그 것이 그렇게 귀하고 귀한 것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 후 지금까지 그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풍광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또 산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런 현상은 자기들처럼 산에 매일 다니는 사람들도 수년만에 어쩌다 한 번 보는 정도로 지극히 드물고 드문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여기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 지금 내가 처한 상황,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하나 하나가 그처럼 기이하고 기이한 일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