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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에서 아주 규모가 큰 지역정신건강센터의 책임자로 있는 정신의학자 마르텐 데브리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수록 더욱 행복할 수 있다는 명제를 강하게 시사하는 사례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병원 당국은 EMS(Experience Sampling Method:경험추출법)을 통하여 환자들이 하루 종일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받는지를 조사하였습니다. 그 병원에는 12년이 넘도록 심한 정신분열증으로 앓고 있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다 그런 것처럼 그 여자도 머리가 산만하고 감정도 무디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의료진은 두 주일의 EMS 조사를 통하여 그 여자가 딱 두 번 만족스러워 하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것은 두 번 다 그 여자가 손톱을 다듬고 있을 때였다는 사실입니다. 의료진은 그 여자가 손톱 다듬기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선하였습니다.
그 여자는 그 강의를 열심히 듣고는 얼마 안 가서 병원에 같이 있는 환자들의 손톱을 도맡아서 다듬어주었습니다. 그 여자는 손톱 다듬기에 몰입하는 동안 자신감을 회복하고, 집중력을 길러나갔습니다. 마침내 그 여자는 정신분열증에서 벗어나 새 사람이 되었고, 다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그 여자는 손톱 다듬는 미용 전문가로 개업하였고 일 년도 못되어 생활 기반을 잡았습니다.
그 여자가 왜 손톱 다듬기에 매료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런 사례를 정신분석학적으로 이리저리 해석할 수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그런 해석이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여자가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손톱 다듬는 일을 하면서부터 어렴풋하게나마 몰입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몰입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몰입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위의 여자는 우연히 손톱 다듬기를 통하여 몰입을 경험하였습니다만 몰입하는 데는 이것이 최고다 하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내가 몰입 할 수 있는 내 나름의 삶의 방식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칙센트미하이에 의하면 몰입이란 약간은 힘겨운 과제나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의 실력을 온통 쏟아부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몰입의 즐거움, 칙센트미하이, 해냄, 56-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