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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정말 추웠다. 어찌나 추워는지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서 있는데 손발에 감각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빨리 전철이 안오나 하고 종종걸음을 치며 기다리고 있는데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와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 한 분이 계단 손잡이를 잡고서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별 생각 없이 내려다 보고 있는데 앞장 서서 올라오는 그 아이가 할아버지가 잡을 계단 손잡이를 열심히 손으로 문지르고 있는 것이 눈이 띄었다. 처음에는 나는 그 아이가 또래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참 바라보니 장난치고는 아이의 표정과 몸짓이 너무 진지했다.
그래서 찬찬히 그 아이의 행동을 살펴보니 아이는 할아버지가 잡을 계단 손잡이를 자신의 체온으로 녹이고 있었다.
순간 나는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벅차 올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책, 눈물이 나올 만큼 좋은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