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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어머니는 집안에 넘쳐나는 포도를 처리한다며 잼을 만드셨다.
무더위속에서 포도를 씻고 끓이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몇시간동안 힘들인끝에 빛깔 고운 포도잼이 완성되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셨다.
그런데 한참뒤 시장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갑자기 큰소리로 화를 내며 방으로 들어와 다짜고짜 물으셨다.
"아니, 누가 포도잼 병을 깨뜨렸어? 지혜, 네가 그랬니?"
내가 안 그랬다고 하자 이번에는 동생에게 다가가 막무가내로 혼을 내셨다.
"그럼, 네가 그랬지? 엄마가 이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해서 만들었더니 그걸 깨뜨리곤 몰래 휴지통에 버려? 내가 정말 너 때문에..."
어머니는 몹시 화가 나셨다. 그러나 동생은 억울하다는 듯 아니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다가,끝끝내 어머니가 믿어주지 않자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런데 다음날, 우리 집에 오신 이모의 손에 웬 포도잼이 들려 있었다.
"언니, 미안해! 어제 집에 왔었는데 냉장고를 열다가 잘못해서 그만 포도잼병을 깨뜨렸지 뭐유?
말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없고, 또 바빠서 그냥 집에 갔지. 대신 오늘 포도잼 사 왔어"
이모의 말에 어머니와 나는 무척 당황했다. 잠시 뒤 포도잼에 얽힌 사연을 들은 이모가 동생에게 미안해 하고 있는데 그때 동생이 막 들어왔다.
동생은 손에 들린 포도잼을 어머니께 내밀면서 말했다.
"엄마, 어젠 죄송했어요. 정말 힘들게 만드신 건데 ... 그래서 새로 포도잼 사왔는데 저 용서해 주실거죠?"
순간 어머니는 동생을 부둥켜 안고 정말정말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좋은 생각 99.4.(임지혜님/전남 곡성군 곡성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