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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은 참 기다려지는 날이다. 때론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영혼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주님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릴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리라.
지난 주일 아침이었다. 창문을 열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겨울의 찬 공기가 볼을 때리며 지나갔다. "후우~ 이래서 아침 공기는 마셔야 한다니까…."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상쾌한 나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종이컵에 생수 한잔을 담아 목을 축이고, 벽에 걸린 거울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엊저녁에 새벽 두 시까지 한 자매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늦게 잠이 들어서인지 눈 속엔 아직도 잠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주일까지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는 법, 바삐 세수로 졸음을 몰아내고 주일학교 공과 준비를 했다.
시계바늘은 9시를 향해 달음질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공과책과 필기도구를 챙겨서 교회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순간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가방하나는 등에 걸쳐 메고,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한 손은 잠바 주머니, 또 한 손은 나를 향해 내민…(내 머리 속에 암기된 모습 그대로). 애긍을 청하러 온 아저씨는 안쓰러움과는 거리가 먼 당당함 그 자체였다. 나는 아저씨를 못 본 척하고 지나쳐 곧장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다른 분이 아저씨를 맞았고, 그 이후엔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행동하기까지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아저씨를 처음 만난 것은 몇 달 전이었다. 청년부 예배를 드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허술한 차림의 한 아저씨가 나타났다. 그런데 무턱대고 하시는 말씀이 "아가씨, 돈 좀 줘"였다.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천원짜리 몇 장이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 예수님 믿으세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돈을 받아든 아저씨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이봐! 이걸로 뭘 하라는 거야. 적어도 만원짜리는 줘야 할 것 아냐!" 깜짝 놀랐다. 아니 당혹스러웠다. 수중에 돈도 없었거니와 의외의 일격을 맞은(?)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 버린 채 얼버무렸다. "저, … 이것 밖에 없는데요…."
그런 일이 있은 후 아저씨는 자주 교회로 찾아왔고, 여러 사람을 통해 돈을 받아 가셨다. 적은 돈을 받았을 땐 언짢은 기색을 나타내시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운 감정이 쌓이고 있었다.
'돈을 받아 가는 처지에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과연 계속 돈을 드리는 것만이 하나님의 뜻일까?' '저렇게 감사하지 못하는 마음은 고쳐져야 하는데….'
어느새 이런 꿍한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저씨를 외면하게 되었고, 나는 그 일로 인해 기도도 안 되고 괴로웠다.
'그래도 사랑 실천해야 했어. 주님은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했는데 그 아저씨는 원수도 아니잖아.' '아니야. 아저씨도 한 번쯤은 깨달아야 해. 너무하잖아.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말야.' 두 가지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마지못해 나는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님, 도와주세요. 제 생각이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생각으로 바뀌게 해주시고, 그 뜻을 따라 기쁨으로 순종할 수 있게 해주세요."
다급하셨는지 주님의 응답은 곧 떨어졌다. 바로 책을 통해서였다.「구두수선공이 만난 하나님」. 짧은 그림책이지만 하나님의 뜻이 담긴 책이었다. 지극히 작은 사람,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예수님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책이었다.
'그래, 돈을 구걸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교회를 찾던 아저씨는 바로 예수님이셔. 설령 그분이 화를 내고 감사할 줄 모른다 해도, 사랑을 나눠야 할 지극히 작은 나의 예수님이야. 나에게 잘하는 사람한테만 잘하면 무슨 상이 있나. 경애야, 이제 마음을 고쳐먹자! 아저씨는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일깨워주기 위해 보내주신 분이야. 구두수선공이 만난 하나님처럼 말이야!'
"하나님! 철없는 저를 가르치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죄송스런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자, 주님이 '씩' 웃으시며 끄덕이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