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해가 바뀌면서 목회자로서 겪는 홍역 중의 하나가 새해의 직분자 임명과 교구편성이다. 목회자 입장에서는 비중 있는 직분을 잘 감당해 주는 성도가 오랜 세월 맡아주면 너무 편하고 좋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불가피하게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어 마음이 힘들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교체 해주고 싶어도 그 직분을 감당할 마땅한 성도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같은 직분을 계속 맡아 헌신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당사자에게 미안한 맘이 들 때도 있다.

어떤 성도는 직분자 대상 명단에 올랐지만 자신의 특별한 사정과 형편으로 인해 그 직분을 감당할 수 없어 목회자인 내게 고심하며 정중히 고사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성도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그런결정에 대해 절대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중보기도로 축복을 해준다.

그런가 하면 한 해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교구 편성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성숙한 성도들의 협조로 무난하게 마치게 되어 고맙기가 그지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주의 일을 감당하는 성도들의 숫자가 조금 여유가 있었는데 작년과 올해 들어 그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어, 갈수록 직분자 임명이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신경 쓰이던 직분자 임명을 끝내고 지난 주일 저녁에 직분자 주관예배를 드리며 말씀 속에서 나 스스로가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게 되었으니 그 사람의 이름이 갈렙 이었다.

가나안 땅 정탐의 명을 받은 열두 지파의 족장 중 한 사람으로서 모세의 대권을 이어받은 여호수아의 친구요 동역자였던 그는 여호수아와 함께 하나님을 온전히 믿고 긍정적인 보고를 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인정 받아 약속의 땅 가나안 입성에 성공했지만 그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고 철저히 여호수아의 숨은 조력자로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직분을 감당했었다.

그러다가 가나안 중에서 가장 강대한 아낙 자손이 살고 있는 헤브론 산지 점령 때문에 고민하던 여호수아의 맘을 알고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내 나이 비록 팔십 오세로되 모세가 나를 보내던 날과 같이 오늘날 오히려 강건하니 나의 힘이 그 때나 이제나 일반이라.

싸움에나 출입에 감당할 수 있사온 즉 그 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당신도 그 날에 들으셨거니와 그곳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들은 크고 견고 할 찌라도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필경 여호와의 말씀하신 대로 그들을 쫓아 내리이다.」-했던 갈렙의 충직한 믿음과 헌신이 늘 부족한 내게 주시는 성령님의 음성이었다.

오! 주여

남은 평생에 늘 갈렙을 기억하게 하소서!!!

(주후 이천십삼년 정월 둘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