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십일 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민 두 아들과 함께, 세 가구가 살기 위한 집을 짓다보니 대지가 꽉 찰 정도로 건축되어 꿈에 그리던 잔디밭과 정원이 있는 집을 짓지 못했었다.

노오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너무 좋아 자그마한 한 쪽 담 밑에 심어 봤지만 이내 죽고 말았다. 이렇게 작년 한 해를 보내면서 다시 전에 살던 아파트를 그리워했는데 올 봄에 H집사가 사택의 정원사(?)로 관리하면서 정겨운 전원주택의 멋을 느끼게 되었다.

두 평도 안되는 자투리 땅에 거름을 주며 땅을 고르기 시작하더니 상추와 쑥갓과 방울 토마토와 오이 등을 심어 완전한 텃밭을 만들었다.

땅이 너무 척박해서 죽었다며 새로 심은 감나무 밑 땅을 고르고 거름을 주며 정성을 다해서 드디어 나무를 살려 놓았다. 그러더니 흙이 없는 계단과 나무 데크로 깐 귀퉁이엔 화분에 심기워진 포도 나무, 머루 나무, 무화과 나무를 갖다 놓아 순식간에 과수원이 되었다.

옆 나무 데크 위엔 플라스틱 박스 위에 고추, 호박, 수박, 참외와 옥수수를 심어서 완벽한 시골집 텃밭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하여 삭막했던 사택이 갑자기 농장이 있는 전원주택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관리가 더 중요하기에 H집사가 거의 매일 아침에 사택에 출근(?)하여 물도 주고 넝쿨도 끈을 매달아 뻗도록 준비하며 온갖 정성을 다 하는 것이었다.

이런 수고로 인해 우리 가족은 상추와 방울 토마토를 따먹고 무화과와 포도도 따먹고 고추와 피망 등을 따서 반찬으로도 쓰게 되었다.

무엇보다 더 소중한 것은 이층에 함께 사는 사랑스런 손주인 은후와 노아가 집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게 되고 열매도 따먹으면서 자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모른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꿈꿨던 일들을 지금 내가 경험할 수 있음도 감사하지만 부족한 나의 헌신을 받으신 하나님께서 이 꿈을 이뤄 주셔서 사랑스런 손주들이 누릴 수 있어서 가슴이 뿌듯하였다.

그러나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H집사의 수고와 헌신 때문임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지난 여름, 너무 뜨겁고 비가 오지 않아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와서 물을 뿌려주는 수고가 있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밭을 고르고 덩굴이 뻗어 나가도록 줄을 매다는 수고도 알고 있다. 이 외에도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는지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올해는 감이 열리지 않았지만 어쩌면 내년엔 감나무에 노오란 열매가 달릴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감나무집으로 불려지길 기대한다.

오! 주여

H집사를 축복하소서

저는 이런 사랑을 받기가 과분함을 잘 알고 있나이다.

(주후 이천십이년 구월 첫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