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려운 결단이었다. 나도 나지만 이번에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목사님과 사모님들도 힘든 결단을 내리고 감행하는 여행이었다.

그 동안 교회를 개척하고 고생하느라 물질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제대로 해외여행을 해 보지 못한 목사님 부부 여섯 쌍의 화려한 외출(?)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었다.

그간 여러 장소가 물망에 올랐지만 그래도 내가 잘아는 필리핀으로 결정을 하고 각 교회마다 조금씩 적금을 붓고 경비를 마련하여 떠나는 여행길이 너무 기쁘고 감사 하였다.

밤비행기에 몸을 싣고 하늘을 나르는데 우리가 탄 비행기안의 90%이상이 전부 오늘 결혼식을 끝내고 신혼여행가는 부부들이라 우리도 덩달아 신혼부부가 된 기분이었다.

새벽 한시가 넘어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니 홍선교사님과 김집사가 마중을 나와 반가운 해후를 하고 호텔로 가서 신혼 첫날밤(?)을 잠으로 때우고 올해 전도 열기로 뜨거웠던 루세나로 출발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룩반이라는 도시 근처의 Grace Land 라는 리조트에서 낚시도하고 또 수영도 하며 며칠을 지낸후 팍상한 폭포의 아름다운 비경을 본후 온천으로 옮겨 여장을 풀었다.

다행히도 여러 사모님들이 김치와 고추장, 짱아찌 등의 마른 반찬과 라면과 햇반을 가지고 오셔서 먹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간의 모든 마음고생과 시름을 다 떨쳐 버리고 정말 홀가분하게 지내는 목사님 부부를 보면서 ‘진작 이런 여행을 좀 할껄’하는 아쉬움과 미안한 맘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서 망고, 파인애플, 파파야, 용과, 바나나 등 맛있는 열대과일을 실컷 맛보게 했으며 맛사지도 하루건너 한번씩 받게 해 드렸다.

그리고 목사님과 사모님들을 대접하라며 성도들이 맡긴 카드로 아주 그럴싸한 레스토랑에 모시고가서 우아한 식사도 대접해 드렸다. 특히 아시아에서 제일 큰 라구나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따가이 따이 언덕의 죠세핀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우리 모두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귀국할 날이 다가오자 부상환자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너무 잘먹게 해 드려서 그런지 배탈이 나신분, 몸살기운이 있는분, 다리가 아프신분 등 여기저기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우리 일행의 평균나이를 계산해보니 육십이 훌쩍 넘은 경로여행인 것이었다. 이제야 ‘노새노새 젊어서 놀아 ♬ 늙어지면 못노나니 ♬ - 하는 관광버스 애창곡 십팔번 노래가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밤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올땐 모두 건강이 회복되어 다행이었다. 이번에도 애써준 홍선교사와 김집사 그리고 카드와 거마비를 주며 사랑을 보여준 성도들에게 우리 일행을 대신하여 감사한 맘을 전합니다.

오! 주여

귀한 쉼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또 열심히 충성하겠나이다.

(주후 이천십일년 십일월 둘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