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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란다 (Jacaranda Tree)

 

봄과 여름이 갈림길에 설 즈음이면

어김없이 커다란 나무에서 보라빛 꽃망울이 팝콘처럼 터진다

 

보라빛 꽃잎이 날리는 자카란다 가로수 길을 걷노라면

어린 기억 저편에서 보았던 봄날 눈꽃처럼 피었던 벗꽃 나무 아래가 생각나고

 

여름날 초록의 싱그러움 속에 열기를 식히던 아카시아가 생각나고

철 모르던 시절의 라일락 향 같던 풋사랑이 생각나고

 

가장 잡고 싶지만 결코 머물수 없었던

여고시절 보라빛 등나무 아래에서의 조잘 거림이 떠올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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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자카란다 가로수 길을 담아야지 다짐을 했으면서도

머리와 몸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올해도 찰라의 그 때를 또 놓치고야 말았다

 

살면서 찰라의 순간을 놓치는 때가 어디 이뿐이였을까

다시 올것 같지않은 두려움에 덜컥~ 가슴 내려앉을때 또한 왜 없었을까

 

괜챦다.. 기다리자.. 다짐하다 보면

그 또한 바람에 지나가는 한 줄기 그리움이고,

왔다가 다시 쓸려 나가는 썰물과 밀물 같은 것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아쉬움은 다른 해 보다 더 크기만 하다

뒤늦게 담았던 사진을 꺼내보며 게으름만 탓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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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범 -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