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32734_1.jpg
 
 
 
 

너.. 가는 거니?

 

- 이화영 -

 

 

뜨거운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탕에서

나가는 여자의 허리 아래 나비가 앉았다

 

물에 젖은 날개가 무거운 것인지

날아가는 법을 잊은 것인지 한 쌍의 더듬이가

실룩거리는 여자의 엉덩이 위에서 살짝 뒤틀린다

 

나비를 훔쳐보던 나는 문득 궁금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일까 아니면

한 남자와 뜨거운 맹세일까

 

먹물을 먹은 침이 여자의 몸을 촘촘히 건너가며

골반을 수놓을 때

여자는 숨 막히는 통증에 몸을 비틀었을라나

 

몸의 푯대를 나비로 세운

그녀의 중추에 사내의 자국이 깊다

샤워를 하는 여자의 몸에 거품 꽃이

타래처럼 흘러내린다

 

목욕탕이 꽃밭인 듯

향을 좇아 갑자기 늘어난 나비 떼

그녀를 좇던 내 입술이 나비를 부르자

말라붙어 보이지 않던 나비의 겹눈이 커지며 나를 돌아다본다

 

습기를 먹은 나비가 카르마(karma)의 눈 속으로 들어간다

 

 

 

Thomas Otten - San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