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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을 걷는 법 / 이정하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밤이면 속절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가두고 풀어주는 내 마음감옥을 아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지.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그것들을 차례차례 재현해봅니다.

그렇듯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