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을 돌이켜보니 내내 풀어져서 살았다. 여름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지 않은 행동을 하고 몸도 마음도 머리도 그리고 살도 꽉꽉 채워버렸다. 이것들을 훌훌 털어버려야 가을이 온다.

가을을 맞이하는 첫 번째 단계는 디톡스다.


d106m.jpg

◆ 몸의 디톡스


그동안 디톡스라고 알려졌던 것들은 대개 단식, 절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독소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디톡스인 것은 맞지만, 보다 마음 편하고 건강하게 몸속을 깨끗이 비울 수는 없을까?

[독하지 않아도 괜찮다]
디톡스의 유행은 무엇을 아예 먹지 않는다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많은 이들이 레몬즙과 고춧가루와 메이플 시럽이 섞인 정체불명의 액체, 할리우드 24시간 주스 따위를 마시며 속을 비우면 세포도 깨끗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효소 다이어트, 한약 다이어트, 레몬 디톡스 등 디톡스를 표방하는 모든 요법은 "내부 장기에 휴식 시간을 주고, 독소를 빼내 심신을 맑게 해준다"고 선전하지만, 그저 극한의 다이어트일 뿐이다.

이른바 정화라는 단어는 디톡스를 로맨틱하게 포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 요법들을 해보면 여간 독해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꼭 독하게 마음먹어야만 디톡스를 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평범한 일상을 조금만 바꿔도 무리 없이 디톡스가 가능하다. 짧은 기간만 독하게 하는 특별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길게 못 간다.

일상이 디톡스여야 한다. 그러니 독해지지 말자.

[소변의 색을 관찰하라]
몸속의 독소나 노폐물은 덩어리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소변이나 땀에 섞여 밖으로 배출된다.

수분이 부족하면 자연히 독소가 빠지기 어려운 컨디션이 된다는 뜻이다.

특히 가을엔 외부 공기가 점점 건조해지면서 몸속 수분을 피부에서부터 바로바로 빼앗아가 수분공급이 더욱 절실해진다. 화장실에서 소변의 색을 점검해보자.

소변이 진하고 노란빛을 띤다면-수분이 부족할수록 소변의 색깔이 더욱 진해진다-당장 정수기로 향할 타이밍이다.

물을 많이 마시면 그만큼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소변의 양도 많아지고, 그 빛깔도 매우 묽다.

그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은?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돌아오는 길에 정수기를 만나면 된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몸을 만든다]
< 클린, 씻어내고 새롭게 태어나는 내 몸 혁명 > 의 구절은 명확하게 포인트를 짚어낸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의 영양 성분이 세포 하나하나를 구성하는 것은 당연한 원리다. 오랜 기간 정크 푸드를 섭취한 사람의 세포는 정크 푸드의 구성물을 반영한다.

그러한 모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하나같이 면역력이 떨어진다.

몇 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아토피 피부염 어린이 환자가 늘게 된 가장 큰 원인도 오염된 환경이 아니라 정크 푸드다.

국내에 정크 푸드가 도입되어 자리 잡기 시작할 때 청소년기를 보낸 우리들이 엄마가 되면서 소아 아토피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물론 아무것도 몰랐던 학창 시절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 점심때 내가 먹은 식당 밥이 차후의 내 몸을 만든다는 것은 알았으니 질 좋은 음식을 먹어 몸의 질을 바꿀 차례다.

[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
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을 구성한다면 마땅히 디톡스를 위한 음식을 골라야 할 것이다. 당신 마음속에 있는 소울 푸드라면 충분히 그 기능을 해줄 것이다.

소울 푸드(soul food)는 원래 흑인들이 예전에 먹던 음식을 그리워하면서 쓰게 된 전통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자라난 신선한 재료로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 그래서 영혼을 배부르게 해주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집 밥은 재미가 없지만 밖에 오래 나와 있다 보면 제일 그리운 것이 집 밥이다. 먹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음식이 아니라 그리워지는 음식 말이다.

햄버거에 딸려 나오는 감자튀김이 그리워 향수에 젖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베스트셀러 <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 > 를 한국식으로 말하면 닭죽일 것이다.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삼계탕보다는 집에서 백숙을 하고 남은 닭고기를 쭉쭉 찢어서 한참 끓인 닭죽이 소울 푸드다.

[요리하는 행위를 사랑하라]
소울 푸드는 반드시 요리라는 행위가 결합되어야 한다. 식당에서 아무리 비싼 음식을 먹어도 마음까지 푸근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요리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인스턴트식품에 손을 쉽게 뻗지만, 직접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아이가 있는 전업주부들은 어느 정도 요리를 하고 있겠지만, 매일 저녁을 배달음식으로 때우는 집도 상당수에 이른다.

한편으로 요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왕 하는 거 멋들어진 걸 해야지라는 환상에 빠져 요리를 습득해야 할 기술 혹은 죽기 전에 해야 할 버킷리스트로 여긴다.

그러나 자신의 소울 푸드가 뭔지 생각해본다면 어려운 메뉴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니 직접 요리해서 당신의 소울 푸드를 아이도 선보여라.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이에게 당신의 레시피 노트를 전수하는 드라마틱한 행동으로 몸의 디톡스가 완성된다.

[가을 재료가 디톡스다]
디톡스 음식이라며 특정 재료를 골라놓은 리스트가 많이 돌아다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그것이 제철 재료냐는 것이다.

제철 재료가 아닌데 굳이 외국산이나 하우스에서 키운 것을 먹는다면 자연적이지 않다. 이 땅에서 제철에 나는 모든 것이 디톡스 재료다.

인위적인 도정을 통해 자연스럽지 않은 모양을 띤 것만 아니라면 모두 리스트에 포함된다. 내추럴, 유기농, 오가닉 같은 단어들이 호화롭게 쓰였어도 첨가제가 들어간 가공식품은 디톡스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이 가을에는 가을에 나는 신선한 재료로 식탁을 채우면 된다.

가을의 색을 지닌 뿌리채소로 해독 작용을 돕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것이 사찰음식에 많이 이용되는 연근과 도라지. 메밀이나 도토리도 중금속 등의 독성 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육체노동이 디톡스를 돕는다]
과거에는 어느 집이든 텃밭이 있었다. 잡초를 제거하고 물을 주는 행위가 그리 대단한 노동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조차도 안 하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장보기까지 인터넷으로 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과거 사람들은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루 종일 충분한 육체노동을 했기 때문이다. 대개 사랑방에 들어앉아 책만 파던 양반들만 비만에 의한 병을 앓았다.

모두가 양반이 되어 디톡스를 고민하는 지금, 육체노동은 일부러라도 해야 할 고귀한 활동이 되었다.

이제 더운 날은 슬슬 지나갔고, 추울 날만 남았다. 일부러 땀을 내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땀이 날 일이 없을 거란 말이다.

억지스럽게 관장을 하고 한약을 먹어가며 노폐물을 뺄 필요 없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 티셔츠 등판이 살짝 축축해질 정도만 움직인다면 노폐물은 충분히 빠져나간다. 가뿐해진 몸으로 맞이하는 가을은 더욱 신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