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빌더 도혜강·백기봉·서동신처럼 건강하게 살자

 

보디빌더・몸짱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근육을 만들기 위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으로 몸을 만드는 보디빌더가 있다. 이들을 비건빌더(Veganbuilder)라 부른다. 비건빌더를 만나 채식을 통해 건강한 몸짱 되는 법을 들어보았다.

몸짱은 닭가슴살 아닌 끈기와 노력으로 된다

도혜강(39) 트레이너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유일한 채식 보디빌더다. 그는 2년 7개월 전부터 채식으로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구제역 파동이 일었을 때 매장되는 소를 보고 충격을 받은 후부터 채식을 한다. 채식에는 단계가 있는데 도혜강 트레이너는 육류, 생선, 유제품도 먹지 않는 완전채식주의자인 ‘비건’이다. 함께 운동하는 백기봉(31) 트레이너는 당뇨병때문에 1년 반 전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서동신(29) 트레이너는 채식을 시작한 지 4개월 된 페스코빌더다. 페스코(Pesco)는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는 먹지 않지만 생선은 먹는 사람이다.

비건빌더들은 “닭가슴살은 살을 빼거나 근육을 만들어 주는 묘약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도혜강 트레이너는 ‘고기가 힘을 주고 동물성 단백질이 근육을 만든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 보디빌딩대회 출전을 결심했고, 지난해 충청남도민 생활체육 보디빌딩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후 올해 열린 전국뷰티보디챔피언십에서는 2위를 했다. “채식만으로도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고, 대회에 나가서도 손색없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서 보디빌딩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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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후 나타난 신체변화
채식을 하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기대하게 된다. 더군다나 직업이 운동인 보디빌더들에겐 어떤 신체변화가 나타났을까?

“몸이 혼자 멍들고 부어오르는 희귀병이 있었어요. 병명도 모르고 치료방법도 딱히 없었죠. 그런데 채식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니까 희귀병이 사라지고 부분 아토피도 사라졌어요. 방심하면 살찌는 체질인데, 체지방 수치도 적정 상태에서 잘 유지되고요. 채식을 한 이후로 ‘동안’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제 나이가 39세인데, 또래에 비해 주름살이 별로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도혜강)

“저는 채식을 시작한 지 4개월 됐는데 근육 선명도가 뚜렷해졌어요. 고기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때는 몸매가 덩어리진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달라지고 있어요.”(서동신)

“성격도 변화하는지 주변사람들이 온순해졌다고 해요.”(백기봉)

트레이너가 직업인 이들은 채식으로 인한 변화는 운동을 하면서 더 많이 느낀다고 말한다.  “달리는 걸 싫어했는데 채식으로 바꾼 뒤로 달리는 것이 즐거워졌어요. 쉽게 지치지 않아 주변에서 저의 체력을 보며 놀라워할 정도예요. 운동을 한동안 쉬어도 근육 탄력이 잘 유지되는 게 신기해요.”(도혜강)

“주변에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겉은 멀쩡한데, 속은 안 좋은 경우가 많아요. 채식하면 겉모습뿐만 아니라 몸속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예요.”(서동신)

채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법
근육질 몸매 유지를 위해서는 적정량의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육식하지 않는 비건빌더는 어떻게 채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할까?

“어느 한쪽으로도 편중되지 않는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 전후 먹는 타이밍을 이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운동 전에는 단백질을 곡류로 섭취하고, 통밀 등 복합탄수화물 식사를 합니다. 통밀은 도정이 덜 돼서 식이섬유가 풍부해요. 2시간 전에 감자,고구마 등 다당류 탄수화물을 먹고, 운동 후 사과, 바나나 등 과일로 단당류 탄수화물을 섭취해요. 운동이 끝나고 30분이 지나면 두부 위주로 식사합니다.”(도혜강)

“검은콩, 쥐눈이콩을 식초에 발효시켜서 먹어요. 쥐눈이콩이 췌장 베타세포를 활성시켜 당뇨병에 도움이 되거든요.”(백기봉)

채식, 오히려 살 찔 수 있다. 채식이라고 해서 풀만 먹는 것은 아니다. 곡류, 채소류, 과일류를 먹는다.

“다이어트하면 채소만 먹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채소는 살이 안 찔 거라 생각해 양을 정하지 않고 먹어요. 그러다 보면 오히려 살이 쪄요. 채식하면 살이 안 찔 거라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모든 음식은 많이 먹으면 살이 찝니다.”(서동신)

“저는 늘 간식을 챙겨서 나갑니다. 운동인에게 배고픔은 참기 어렵거든요. 또 모임이 있을 땐 직접 만든 통밀빵이나 간편한 채식요리를 조금 해갑니다. 우유, 달걀,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순식물성 재료로 만든 빵은 채식주의자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요. 우유 대신 두유로 대체하거나 통밀, 호밀 위주로 만듭니다. 제가 만든 채식빵과 처음 본 채식요리를 맛보고 나면 채식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될 거예요.”(도혜강)

채식, 단계적으로 시작하자
채식에 관심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천이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비건빌더들은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며 당장 완전채식을 하기보다는 고기 먼저 끊고 유제품, 해산물 등 차차 단계별로 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갑자기 완전채식으로 바꾸면 오히려 신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도혜강 씨는 채식이라는 강박에 휩싸이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아 포기하기 쉽다고 말한다. “저는 사람들에게 당장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채식은 곧 ‘금육’이기 때문에 속이 허하거나 힘이 없고, 초조하거나 불안해지는 금단현상이 생깁니다. 마치 금연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내 몸이 변화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니 고기가 없으면 죽을지 모른다는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내가 절대 먹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가끔 먹어도 되는 것. 또 계속 먹어도 되겠다 싶은 것을 정해 놓고 그 규정 안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선택하며 조금씩 채식의 길로 다가가는 게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육식과 멀어지고 채식에 가까워지면서, 몸의 즐거운 변화에 놀라움을 실감하게 됩니다. 채식은 절대 풀만 먹는 게 아니에요. 채식의 다양성을 먼저 체험해 보세요. 고기를 먹어서 힘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힘을 내는 것입니다.”

Tip 비건빌더 도혜강의 운동 식단
운동 30분 전 소화가 빠르고 천천히 몸에 흡수되는 음식 위주로 섭취한다. >> 통밀파운드 2조각+녹차 1잔, 찐고구마 1개+메밀차 1잔, 단호박찜+견과류 한줌+매실차 1잔
운동 중 허기질 때 잠시 휴식을 취하며 빠르게 에너지 전환이 되는 음식을 섭취한다. >> 팥양갱 1개, 바나나 1개+이온음료 100mL,미숫가루 2큰술+꿀물 150mL
운동 직후 체내 흡수가 빠른 단당류 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한다. >> 포도주스, 감식초, 토마토주스, 계절과일
운동 후 30분 비타민과 단백질 위주의 식품을 섭취한다. >> 다이어트셰이크+그린샐러드, 두부 반모+해초샐러드+방울토마토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