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잔 마시는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실제로 여러 논문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을 보여줬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와인은 ‘술’이 아니라 건강식품으로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정작 ‘와인이 건강에 좋은 이유’에 속하는 ‘포도’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덜하다.

연산군과 태조 이성계가 건강을 위해 포도를 즐겨 먹었던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지나친 음욕과 음주로 간이 상하고 체내에 독성 물질이 많이 쌓였던 연산군은 차가운 포도를 즐겨 먹었다.
독성을 제거하는 콜린이 들어있고 피로회복과 세포생성 및 독성제거를 돕는 비타민B가 풍부한 포도가 건강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장수하였으나 피부병과 류머티즘, 풍 등의 질병으로 고생한 태조 이성계도 역시 포도의 도움을 받았다. 포도의 엽산이 피부병을 진정시켰으며 리놀레산, 아라키드산, 올렌산, 파밀트산 등 20여 종의 풍부한 지방산은 혈관과 자율신경 조절에 도움을 주어 그의 질병을 완화시켜 주었다.

이 밖에도 알려진 포도의 효능은 더 있다. <동의보감>에서 포도는 ‘성질이 편안하고 맛이 달아 한 마디로 이르되 달고 시다. 독이없고 마비된 증세를 다스리며 임병을 다스려 소변을 잘 통해주고 기를 보하여 살찌게 하고 건강하게 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서도 ‘소장을 이롭게 하고 이뇨작용으로 소변을 순조롭게 하여 신장염에도 효력이 있다.‘고 한다. 또 미국 위스콘신대 존 폴츠 교수는 미국 심장학회에서 ‘포도의 보라색을 내는 플라노이드는 혈전 생성을 억제해 심장병과 동맥경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발표 했다.
사실 플라보노이드는 차나 다른 과일, 채소에도 함유되어 있는데 신기한 것은 오직 포도에 함유된 것만이 심장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도는 되도록이면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포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당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당뇨환자는 포도를 먹을 때에 주의해야 한다. 적당한 1회 섭취량은 약 50kcal로 포도20알, 거봉10알 정도로 되도록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건포도는 생포도보다 당지수가 높아 주의해야 하고 포도주스나 포도즙 보다는 식이섬유가 있는 포도알 자체를 먹는 것이 좋다.
비만환자나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포도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작은 것 한송이가 140kcal로 과일중에서 열량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포도씨까지 먹는 포도즙은 포도씨 성분에 설사를 일으키는 성분이 있어 주의해야 하며 속에서 열을 내는 성질이 있으므로 열이 많은 사람도 포도를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가을포도는 알알이 영글어서 10m밖에서도 그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단맛이 과육으로 알차게 모아져 껍질이 얇고 탱글탱글하다. 잘 익은 포도송이를 골라내고 싶으면 포도송이 끝부분의 것을 따 먹어 보자. 포도의 아래로 갈수록 그 맛이 시어지니 아래도 달다면 그 송이 전체가 달다는 뜻이다.
1년 중에 포도가 가장 달고 맛있는 이 때, 하얗게 분이 앉은 껍질 속의 단맛까지 쭉쭉 빼서 먹는 맛을 만끽하고 싶다면 포도축제에 가보자.
국내의 여러 포도농장에서는 여름부터 포도 따기 체험을 마련하고 연이어 포도축제(안성맞춤포도축제)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