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삼형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술에 너그러운 한국 술문화가 성인병 삼형제
(고혈압, 당뇨병,고지혈증)을 키우는 온상이 되고 있다.
직장인 음주와 건강관계을 보니, 30~40대 고위험 음주자 (주 2회 소주 1병이상씩)
당뇨병 2배 많고 10명 중 4명 고중성지방혈증, 3명은 지방간…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라 더 느끼고 있고 정신불안 증세 60% 더 느낀다고했다.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 홍보팀에서 근무하는 김모(39) 과장은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고 근심이 깊어졌다. 검진 결과지에 빨간색으로 표시돼 경고등이 켜진 건강 지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혈압은 고혈압 직전(直前)단계로 높아졌고, 공복 혈당은 120㎎/dL로 당뇨병 기준 126에 육박했다. 허리둘레는 복부비만 판정을 받았다.


알코올성 간 기능 수치인 감마 GTP도 기준치를 벗어났다.
그는 일주일에 3~4번 음주 회식을 해왔다. 김 과장은 이 상태로도 대사성 질환에 해당한다.


이는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복부 비만이 서로 얽히고 설킨 상태로 각종 성인병이 동시 다발로 생길 위험이 커 몸 안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강북삼성병원과 조선일보가 국내 20여개 대기업·중소기업 30~40대 직장인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음주 행태와 건강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이처럼 고위험 음주 직장인은 각종 성인병 2~3가지를 달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071000161_0.jpg

일주일에 두번 이상 한 번에 소주 한병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 직장인은 일반 건전 음주자보다 고혈압 발생이 1.7배 높았다. 당뇨병은 50~60대에 주로 발생하는데, 이들은 젊은 나이인데도 4.6%에서 이미 당뇨병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나이대의 일반인 당뇨병 유병률 2.5%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국민건강영양평가 자료와 비교)

과도한 음주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효능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 10명 중 4명은 핏속에 기름이 많이 낀 고중성지방혈증을 보였다.
알코올 과량 섭취와 음주 회식시 고기 안주를 자주 먹었던 탓이다.

대사증후군 상태도 적정 음주자보다 1.7배 많았다.
흡연율도 고위험 음주자에서 두 배(1.9배) 높았다.
고위험 음주자의 흡연율은 43.5%이지만, 적정 음주자는 27.5%였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와 흡연이 맞물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올리는 상황이다.

   2012071000161_1.jpg
 


술병으로 불리는 소화기 질환도 만연했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의 30%는 지방간, 19%는 역류성 식도염, 25%는 간 기능수치 이상을 보였다.


알코올은 식도와 위를 분리하는 괄약근의 기능을 떨어뜨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염증을 일으킨다. 대개 과음자는 술과 안주를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드는 경우가 많아서 역류성 식도염 유발 환경에 놓인다. 장기간 지속적인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암 발생 요인이 된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의 12%에서는 대장용종이 발견됐다. 음주가 복부비만을 유발하고, 자연스레 지방질 음식 섭취를 늘려 대장용종 발생 위험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용종은 대장암 발생 위험 인자로, 고위험 음주자에서 대장암 발생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은 의료통계 수치와도 연관된다.


음주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아니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은 되레 정신적으로 불안과 초조 증세를 일반인보다 60% 더 많이 느끼고 있고, 우울감도 20% 더 높았다.

*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김찬원 교수는 "직장인들의 과도한 음주는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원인이 되지만 이는 개인적인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회사 전체의 생산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며 "지금의 과도한 음주문화를 개선하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 대한가정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음주와 관련된 질병 치료비용과  노동력 생산력 손실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20조99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GDP의 2.9%를 차지한다.
사케의 나라 일본(1.9%), 와인의 나라 프랑스(1.42%)보다 높은 수치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일주일에 서너번 회식 28세 은행원, 뇌는 이미 60대였다.  

한번 마시면 소주 한병 반… 어느날 부턴가 필름 자주 끊겨 건강검진 하니 알코올성 치매  뇌 크기 줄고 표면 쭈글쭈글 65세 뇌보다 더 심하게 위축… 충격받고 금주, 2년 뒤 정상으로


부산시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는 김인성(가명ㆍ당시 28세)씨는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흔히 보는 직장인이었다. 일주일에 3~4번 회식 자리에 참여하여 한 번에 소주 한병 반 정도 마셨다.

사람과 술자리를 좋아한 김씨는 나이도 젊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도 없어 그 정도 음주라면 별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은행 영업업무를 위해서나 직장 동료·상사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서도 음주회식은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주변에서도 다들 술을 그 정도쯤은 마셨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끔 술자리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 일이 생겼다.
 
갈수록 그런 증상이  심해져서 전날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도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처음에는 건망증  이려니 생각했다. 업무상 스트레스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러다 지난 2009년 3월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김씨는 뜻밖의 결과를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12071000271_0.jpg icon_img_caption.jpg
 
정상적인 30대 중반 남성의 뇌(사진 왼쪽), 10년간 술마신 28세 남성… 정상 뇌보다 20% 수축(사진 가운데), 노화로 수축된 65세 남성의 뇌(사진 오른쪽).


일종의 알코올성 치매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담당 의사가 김씨의 뇌 MRI(자기공명영상) 사진과 평범한 30대 정상인의 뇌 MRI 사진을 동시에 모니터에 띄워놓고는, "당신의 뇌는 현재 70대 노인에게서나 발견되는 뇌 위축 상태"라며 "지속적이고 과도한 음주로 인해 단기 기억상실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뇌 위축증은 뇌의 전반적인 크기가 감소하고 뇌 표면이 쭈글쭈글해진 상태를 말한다. 노화가 심하게 진행된 고령자의 뇌 상태다. 김씨의 뇌 모양은 의사가 보여준 65세 남성의 노화된 뇌보다 위축이 더 심하게 진행돼 있었다.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이, 위내시경에서는 위염이 추가로 발견됐다.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술을 접했고, 그와 함께 지난 10년간 하루 담배 1갑을 피워 왔다. 김씨처럼 음주로 인한 뇌위축은 음주량이 알코올중독 수준으로 많지 않은 경우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주치의인 고신대 의대 가정의학과 최종순 교수는 "김씨는 하루 평균 약 42㎎  (소주 0.75병)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수준(중등도)의 음주가였다"며 "알코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개인적 체질에 따라서는 경미하거나 중등도 용량의 알코올 만성 섭취에도 뇌위축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팀이 2010년 가정의학회지에 발표한 10년간 과음한 20대 남성에서의 심한 뇌위축 분석 논문을 보면, 알코올에 의한 뇌위축은 평소 소비해 온 알코올의 양과 비례한다.  지난 10년간의 알코올 음주로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검진결과를 들은 김씨는 충격을 받고, 술을 끊기로 했다. 꼭 가야 할 회식자리에서는 맥주 한잔 정도로 버텼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비타민B가 함유된 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비타민B는 음주로 인한 뇌손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씨는 이후 술을 끊는 데 성공했다. 2년 뒤 촬영한 뇌 MRI에서는 김씨의 뇌모양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기억력 감퇴증상도 현저히 호전됐다.


최 교수는 "김씨의 경우는 아직 젊었고 중간에 술을 끊었기 때문에 뇌기능이 잘 회복될 수있었다"며 "음주가 만성적이고 습관적이면, 이른 나이에 뇌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