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못자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수면의 질이 낮은 것-불면증, 자주 깨는 것, 악몽 등-이 사망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인 남녀 1,741명을 대상으로 14년간 실시된 조사에서 하루 6시간 이하만 수면을 취한 사람들은 정상적인 수면 습관을 가진 경우보다 사망률이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인해 수면을 취하는 시간 단위가 짧아지면 신체의 스트레스 시스템을 자극해 혈압이 높아지고 코티솔 호르몬 수치가 높아진다.

캘리포니아 퍼시픽 의료센터에서 진행된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5시간 이하의 수면이 노년기 여성의 사망률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평균 연령 83.6세인 여성 3052명과 평균연령 76.4세인 남성 3055명을 대상으로 수면 패턴을 조사, 비교한 결과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사람들에 비해 5시간 이하만 잠을 자는 사람들은 사망률이 확연히 높았으며,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아예 잠을 자지 못하는 불면증 뿐만 아니라, 악몽으로 수면 도중 자주 깨어나는 증세 역시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소"라며 "꿈으로 수면을 방해받는 사람들은 자살을 생각하는 횟수도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고했다.


수면 부족이 심장병 일으켜

잠을 너무 적게 자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자는 것 모두 심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당뇨와 고혈압 발병도 수면 시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폴-미국 합동 연구팀은 싱가폴에 거주하는 45세 이상 동양인 남녀 5만8,044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과 심혈관계 질환 발병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 초기에는 심장병력이 있는 사람이 전무했으나, 8~10년 뒤에는 1,416명이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분석 결과, 평균 7시간의 규칙적인 수면을 취하는 그룹에 비해 하루 5시간 이하의 수면 부족 그룹과 9시간 이상 수면 과다 그룹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부족하면 당뇨 위험도 높다

미국 심장 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1년 이상 평일(직장 근무일)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들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하루 수면 시간 6시간 이상 8시간 이하인 사람보다) 거의 5배나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결과, 평일 평균 6시간 이하 수면자가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5배 더 높았다. 그러나, 잠을 무한정 많이 잔다고 꼭 몸에 좋은 것은 아니었다. 평일 평균 8시간 이상 자는 사람들은 평균 6-8시간 자는 사람들에 비해 건강 수치가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


수면 부족, 인간의 뇌를 퇴화시켜

수면 부족은 사람을 피곤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라고. 수면이 부족하면 인간의 뇌가 야만적인 공격성을 띄게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UC 버클리 대학과 하바드 의대는 실험 참가자들을 수일 동안 하루 5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게 하고 두뇌 상태를 검사해 보았다. 그 결과 이들은 대부분 매우 불안한 감정상태를 보였다. 평소엔 웃고 넘어갈 일에 심하게 짜증을 내는 등, 정신병 초기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잠 잘 못자면 운동을 해도 헛일

규칙적인 운동은 체내 호르몬 수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유방암, 대장암 등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운동 효과가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암연구협회는 18~65세 사이 5,968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운동, 수면 시간과 암 발병률의 연관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온 여성들은 암 발병률이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이같은 효과는 확연히 감소했다. 운동량이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수면이 암 발병 위험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하루 수면 시간 7시간 이하인 여성은 7시간 이상인 경우에 비해 암 발병률이 47%나 높았다.

수면 부족이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면역 체계가 약화된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만성 수면부족은 비만,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을 유발할 위험 또한 높다.


최적의 수면 시간은 7시간

인간의 인생을 건강하게 만드는 최적의 취침 시간은 7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7시간 보다 덜 자거나, 더 많이 자도 심장병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하루 수면 시간이 평균 7시간 이하인 사람들은 하루 수면 시간이 평균 7시간인 사람들에 비해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2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면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심장병의 위험은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위험은 여성의 경우, 그리고 60세 이상의 사람들일 경우 더욱 급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 이상일 경우에도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은 높아졌다. 하지만 이 경우 그 위험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가령,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9시간 이상인 사람의 경우 심장병에 걸릴 확률은 하루 평균 수면이 7시간인 사람에 비해 1.5배 더 높았다.

수면 시간이 너무 긴 사람들은 수면 관련 호흡 장애(코골이 등)를 겪는 등 잘 때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건강 상의 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수면 시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수면의 질이 나쁘기 때문에 혈관계 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잠을 오래 자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잠을 더 오래 자기 때문에 이들의 사망률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말에 몰아 자도 수면 부족 해결되지 않아

공부에, 일에 쫓겨 늘 잠이 모자라지만, 주말에 실컷 늦잠을 자면 피로가 풀릴 것이라 여기고 있지 않은지?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같은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모자란 잠을 단기간 보충해도 오랫동안 쌓인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는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9명의 젊고 건강한 성인들에게 33시간 깨어있다가 10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생활을 반복하게 했다. 깨어있는 동안에는 신체 활동과 뇌기능 등의 변화를 검사했다. 초반에는 쉽게 피로를 이겨냈던 참가자들은 3주가 지나는 동안 차츰 회복속도가 느려졌다. 특히 참가자들의 24시간에 맞추어져있는 자연적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신체반응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으며 이는 10시간 수면을 취해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잠은 결코 저축해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전과 일의 능률을 위해 하루 7시간 이상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