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S(28)씨는 거울 앞에서 한숨 쉬는 날이 부쩍 늘었습니다. 남자치고 유난히 뽀얀 피부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꽃미남’으로 불리던 그는 “갑자기 점이 늘어서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남자가 피부 때문에 고민하느냐고 핀잔 주는 사람도 있지만, 하나둘 자리잡기 시작한 까만 점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점은 의학적으로 색소성 모반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일종의 양성 피부종양인데, 점세포가 피부의 표피나 진피에 증식해 우리 눈에 띄게 됩니다. 실제로 “원래 없던 점이 생겼다”고 피부과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점은 선천적으로 생기도 하지만 대개 생후 1년이 지나면서 나타납니다. 점이 생기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자외선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죠.

그런데 점이라고 다 같은 점이 아닙니다. 단순한 점이 아닌 흑색종일 경우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흑색종의 모양은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 않고, 특히 점의 가장자리가 뚜렷하지 않아 경계가 모호합니다. 점의 색이 균일하지 않은데다가 군데군데 색이 섞여있는 경우도 있지요. 최근에는 직경이 3~6㎜ 사이의 악성 흑색종도 발견되지만, 본래는 크기가 지름 6㎜ 이상입니다.

흑색종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생빈도가 높아집니다. 특히 40대 이상의 환자가 대부분입니다. 흑색종은 여러 군데 전이를 일으켜 문제입니다. 주변 피부는 물론이고 림프절, 뼈, 폐, 간, 비장, 중추신경계 등 장기로도 옮길 수 있죠. 증상은 전이된 부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조기진단을 통해 해당 부위를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입니다. 원래 있던 점이라도 갑자기 크기나 모양, 색이 변하는 경우 전문가와 상의해야 합니다. 특히 두피나 회음부처럼 지속적인 관찰이 어려운 경우 발견 즉시 병원을 찾아 크기가 작더라도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 흑색종은 ‘말단 흑색점 흑색종’입니다. 손·발바닥이나 손가락과 발가락에 주로 발생하며 손발톱 밑에도 생깁니다. 초기에는 갈색 또는 흑갈색을 띠는 점이 생깁니다. 차차 검은색으로 짙어지며 가운데 부분에 덩어리가 생기거나 궤양이 생기는 식으로 발전합니다. 드문 경우지만 색소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손발톱에 까만 줄무늬가 생기거나 반점이 나타난다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코미디언들은 점으로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반대로 마릴린 먼로는 점을 매력 포인트로 내세웠지요. 하지만 점은 이렇게 미용과 연관된 것만은 아닙니다. 몸 구석구석에 흑색종은 없는지 잘 살펴보고 건강을 해치기 전에 반드시 제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