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3~43살의 서울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외모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7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72%는 얼굴이 예쁜 여자보다 몸매가 좋은 여자가 더 부럽다고 밝혔다.

서울 여자들이 개미허리의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도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인 데벤드라 싱은 허리/엉덩이 비율(WHR), 곧 엉덩이 치수에 대한 허리 치수의 비율을 연구하고, 남자들의 허리/엉덩이 비율에 대한 선호가 항상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령 1980년대 미스 아메리카는 1940년대의 미인보다 두배 가량 가냘플 정도로 말라깽이다. 이러한 추세로 체중이 줄면 몸매는 막대기 모양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나 미인들의 몸무게는 줄어들망정 허리/엉덩이 비율은 예나 지금이나 0.7 안팎이다. 싱은 미인들의 허리/엉덩이 비율이 변하지 않는 것은 남자들이 큰 엉덩이에 잘록한 허리의 여체를 본능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영국의 생물학자인 존 매닝은 생식능력의 측면에서 허리/엉덩이 비율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허리/엉덩이 비율이 낮을수록 생식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허리가 잘록한 여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돼 임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엉덩이가 넓으면 산도(産道)가 협소하지 않아 분만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1997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79, 86, 92년에 이어 네번째로 실시한 국민표준체위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성인여성(25~50살)의 평균 가슴-허리-엉덩이 크기는 34-28-36이다. 허리/엉덩이 비율은 0.78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 여성의 몸매도 썩 괜찮은 축에 든다.

허리/엉덩이 비율을 극적으로 높이는 계기는 임신이다. 임신은 허리와 엉덩이의 크기를 바꿔놓는다. 임신 후반기에 배와 둔부에 피하지방이 축적되는 것은 우유가 없던 먼 옛날 모유가 갓난아기의 생사를 좌우했으므로 출산 뒤 산모가 제대로 먹지 못할 경우에 대처하려는 생물진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산모의 체지방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지 않더라도 시간이 경과하면 감소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하루 빨리 허리의 군살을 빼서 임신 전의 몸매를 되찾고 싶다면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게 상책이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면 허리/엉덩이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모성애를 아름다움으로 보상하려는 자연의 지혜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