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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톡소포자충 현미경 사진. 안쪽에 딸세포(가운데 노란색)들이 형태를 잡아가고 있다. /플로스 제공

-동물 뇌 조종 기생충 톡소포자충
기생충 번식 위해 쥐 공포심 없애 고양이에게 쉽게 잡아먹히게 해
-인간의 약 30%가 감염
자살 충동 유발할 확률 높이고 임신부 감염 땐 유산·기형아 출산

고양이 앞에 선 생쥐는 숨도 제대로 못 쉰다. 심지어 고양이 오줌 냄새만 맡아도 질겁을 한다. 하지만 가끔 생쥐가 미칠 때가 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기는커녕 심지어 고양이에게 추파를 보내기도 한다.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됐을 때다. 이 정도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일도 아니다. 사람이 감염되면 정신분열증과 우울증, 심지어 자살까지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도대체 기생충은 뇌에 어떤 짓을 한 것일까.

쥐의 공포심 없애… 고양이에게 성(性)적 흥분까지

톡소포자충(胞子蟲)은 단세포 기생충으로, 고양잇과(科) 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퍼진다. 이후 여러 동물이 흙과 물을 통해, 또는 식물이나 다른 동물을 먹고 감염된다. 최근 과학자들은 톡소포자충이 감염된 동물의 뇌까지 조종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해 8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수컷 쥐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스스로 천적인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려고 다가가는 좀비가 된다고 발표했다. 쥐는 일반적으로 고양이 오줌 성분이 감지되면 거리를 유지하는 본능이 있다. 하지만 기생충에 감염되면 고양이와 거리를 두지 않았다. 다른 동물의 오줌 냄새에는 이전처럼 반응했다. 심지어 고양이에게 성적으로 흥분까지 느끼는 특이한 현상도 나타났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와 웁살라대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병원체(PLoS Pathogens)에 이상행동의 원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쥐에서 나뭇가지 형태의 면역세포인 수지상(樹枝狀)세포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뇌로 이동해 가바(GABA)란 신경물질을 더 많이 분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바는 공포나 불안감을 억제한다.

기생충이 쥐의 공포심을 없앤 데는 기생충의 번식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톡소포자충은 오직 고양이의 내장기관에서만 유충이 암수로 자라 생식을 하고 알을 낳는다. 쥐에게선 유충 상태로만 있다. 고양이가 감염된 쥐를 잡아먹어야 기생충의 번식이 완결되는 것이다. 즉 쥐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도록 기생충이 쥐를 조종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