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3명 중 한 명은 암(癌)에 걸리는시대를 살고 있다.

성인에서 고혈압 유병률이33%쯤 되니 발생 비율로치면암이나고혈압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셈이 됐다.

바야흐로 암·만성질환 동거 시대다.
암을 포함하여거의 모든 질병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환경의 반영물이다.


위생 불결 시절에는 자궁경부암처럼 바이러스에의한암이 많았고, 빈곤의 시기에는 결핵이 흔했던것처럼 말이다.

한국 할머니에게 유독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 빈번한 것도 쭈그려 앉아 모든 집안일을 해야 했던 좌식(坐式)생활의 슬픈 결과다.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되는 요즘에는식습관이 질병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뭘 먹느냐에 따라20~30년 후 질병 발생 패턴이 확확 바뀌기 때문이다.

짜고 삭히고 절인 음식을 먹던전통 한국인에게는 위암이 많지만,그들이 미국에 이민 가 낳은2세대들은 지방질 과잉 섭취로 대장암에 대거 걸린다.


이탈리아의 경우,야채와 식물성 기름을 많이 먹는 남부 지역이 묵힌 음식을 많이 먹는 북부보다 암발생이 적다.
민족적 체질보다 우선인 것이 음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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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가족들이어떤 질병에 노출돼 있는지는 냉장고를 보면 알 수 있다.
냉장고 안이고기·버터·베이컨 등 고지방 음식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대장암·심장병 냉장고이다.
그런 병을 유발할 수 있는 냉장고라는 뜻이다.
젓갈·장아찌·절인생선이 가득하면위암·고혈압 냉장고가 된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청량음료·초콜릿·아이스크림 등이 눈에 먼저 들어오면소아비만 냉장고인 셈이다.


반면신선한 야채와 과일,요구르트,두부·콩 음식으로 꽉 차있으면 항암 냉장고가될 것이다.
계란·우유·살코기 등 철분과 칼슘이 많은 음식이 그득하면, 성장클리닉 냉장고가 된다.

썰렁한 냉장고는 집안 분위기를 말해준다.
가정불화로안주인이 시장 보는 일에 흥미를 잃었거나, 우울증으로바깥출입이 줄면 냉장고는 금세 초라해지기 마련이다.
관절염을 앓는 노년 가정의 냉장고도 빈약하기 쉽다.
매일 장을 보아 신선한 음식만 먹는 집안이라면 비어 있는 냉장고가 되레 보약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휑한 냉장고는 건강 위험 신호다.

냉장고에서 당장 꺼내서 조리할 수 있는 음식 종류가 세 가지 이하인 집에 사는 고령자는 나중에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세 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만성적인 영양 불균형과 결핍탓이다.
우리 속담에동가식(東家食)서가숙(西家宿)이라는 말이 있다.
밥은 동쪽 집에 가서 먹고,잠은 서쪽 집에 가서 잔다는 것으로, 할릴없이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빗댄 표현이다.


나는이 속담을 현대판 건강 규범으로 삼고 싶다.
먹는 것은 동양식으로,생활은 서양식으로 말이다.


냉장고에 신선한 한식(韓食)을 채우고, 침대·의자 생활로관절 부담을 줄이면 노년이 편하지 않을까싶다.

아울러 나이 들어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치매일 터다.
본인은 천국,가족은 지옥이라는 치매. 이것만큼 질병의부담을 주변에 크게 지우는 병도 없을 것이다.
치매 안걸리도록 하는 것이 행복한 노년의 삶을 보장하는첫 번째일 것 같다.

최근의 의학 연구를 보면 치매 예방에 가장 좋은 것이걷기다. 그것도빠르게 걷기다.
땀내가 살짝 나는 꾸준한걷기가 뇌 혈류를 개선하고, 특히 기억 중추인 해마(海馬)를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려면최소한 시속6㎞ 이상속도로 걸어야 한다.
어떤 의사는 이를무서운 개가 길거리에서 쫓아올 때 점잖게 내빼는 속도라고 표현한다.

부단한 속보(速步)는치매 발병 최대 위험 요인인 3고(高),즉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을 모두 낮추니, 일석이조다.천천히 걷기는 사색에는 좋으나, 자칫식욕을 자극해 과식의 빌미가 된다.

걷기 효과의 극단적인 사례가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아미시(Amish)공동체이다.이들은청교도적 신념으로 전기와 자동차를 거부하고19세기 방식의 삶을 고집한다.


이들이농장일을 하며 하루 걷는 양은1만4000~1만8000여 보(步)이다.미국인 성인 평균보다6배나 많은 걷기다.
하루5만보를 걷는 이도 있다고 한다.

아미시의 당뇨 발생률은2%대이다.미국 평균의5분의1도 안 된다.
치매와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는HDL(고지단백)콜레스테롤치가 아미시는 매우 높다.
이들의 치매발생률은 매우 낮고, 설사 생기더라도 아주 늦은나이에 오는데 학자들은 그 이유로 엄청난 양의 걷기를 꼽는다.

그런 면에서구두를 보면 그 사람의치매 건강이 보인다.
걷기에 편한 낮은굽을 신거나 운동화 차림이라면 일단 치매와 멀어진 방향이다.
빠르게 걸으면 체중이 실리는뒷굽 바깥쪽이 유독 많이 닳아 없어진다
.그 이유로뒷굽을자주 간다면 일상생활 속 걷기 합격이다
팔자걸음으로 걷는이도 구두 바깥쪽이 쉽게 없어지긴 한다).
엄지발가락 옆구두 실밥이 잘 터지는 사람도 속도를 내며 힘차게 걷는경우라 볼 수 있다.

반면구두 앞쪽에 작은 상처들이 많고 해져 있는 사람은치매 행보(行步)다.
걸음을 질질 끌며 느리게 걷는 사람의구두는 보도블록 튀어나온 부분이나 돌멩이 등에 구두앞쪽이 잘 까지기 때문이다.
유행을 좇아큰 신발이나 높은 굽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은 속보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다.
구두 위에 잡히는 주름 양이왼쪽과 오른쪽이 심하게 차이 나면 걸을 때 한쪽 다리를무의식적으로 많이 쓴다고 보면 된다.
대개 천천히 걸을때 좌·우 편차가 크게 난다.

수십년 과거엔 구두에 흙이 묻어 있으면 산에서 방금 내려온 간첩일지 모른다는 말이 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흙 묻은 구두는 건강의 표징이다.
치매를막으려면, 치매가 발붙일 새 없이 걷고 또 걸어야 한다.

이제냉장고를 열며 어떻게 먹을 것인가생각해보고, 구두 보며 어떻게 많이 걸을 것인가 다짐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