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lasSohn.jpg 며칠 전이 한글날이었다. 법정 공휴일이었다. 그런데, ‘한글날’이 어떤 것이 길래 그날이 휴일로 지정되어야 하는 걸까? 요약하면,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반포하기까지 우리에게는 말은 있었지만, 그것을 적을 글자가 없는 백성을 '어여삐' 여겨 만드셨기 때문에 이를 기념한 것이었다. 그런데.... 세계의 수많은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이 자랑스러운 ‘우리말과 글’이 요즘 그야말로 ‘캐고생’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할 일이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짚어보자.

첫째, 글자 수가 자음 14개, 모음 10개로 여타 언어 글자 보다 매우 적은 양이고 또한 모양도 단순하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터득할 수 있다. 배우기가 쉽다는 얘기다

둘째,, 과학적이다, 다른 나라의 말의 경우 말에 쓰이는 알파벳이나 글자들을 다 외웠다 해도 말에 쓰이는 단어들은 모두 알아야만 단어로 기록할 수가 있지만, 한글은 글자를 조합해서 말소리를 기록할 수 있다. 사람이 소리를 낼 때 입 안에 혀의 위치나 입술 모양, 입천장, 구강구조, 인후부분까지 분석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셋째, 말소리와 글자가 일치한다. 영어는 'a'를 쓰더라도 단어에 따라 소리가 다르고, 일본어도 대개 말과 글이 다르다. 그러나 한글에서는 '아'라고 쓰면 '아'라고 읽는다.

헌데...세상이 달라지고 변하며 컴퓨터가 발달할수록 우리 글 우리말이 그야말로 ‘캐고생’의 수난시대에 들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 줄여지고, 탈락 되고 알 수 없는 단어들과 이에 따른 나랏말이,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후로 그 파괴 현상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차제에 한 신문에서 발표한 그 현상들을 한 번 짚어봤다.

ㅡ "나 오늘 유승준 콘서트 갔다 존나 열받았다! 줄 섰다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 웬 량생이가 내 자리에 와 있는 거야. 계속 거기 있었다고 쌩구라까면서. 빡돌잖아. 맞장 떠서 쪽 줄래다 괜히 량생이 옆구리 찔러 산 타일까봐 야리기만 했어." / "후달렸구나? 후까시까다 안되면 째면 되지! 이제 와서 숑숑대긴. 야, 근데 걔 봤냐? 유승준 빼갈이...“

이 글은 이미 17년 전에 조선일보에서 10대들의 은어에 대해서 다룬 기사다. 딱 봐도 비속어와 은어, 알 수 없는 말들로 이뤄져 있다. 당시 기사에서는 청소년들의 삭막한 정서가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언어는 어떻게 변했을까. 요즘 곳곳에서 보이는 단어와 글자들에서도 짐작하다시피 더욱 거칠어졌고 은어 비속어의 사용 빈도수도 더욱 증가했다. 그리고 '왕·짱·캡·완존...'등에 이어 '개·캐'로…등 험악해지는 접두사들도 판을 친다. 국립국어연구원의 '청소년 언어 실태 및 사용에 관한 전국 조사' 보고서에 나온 통계를 보자.

다음은 청소년 일상 언어의 욕설 빈도 순위다. 그 1위가 'ㅈ나' 2위 'ㅆ발' 3위 '새끼' 4위 '개-' 5위 '쩔다'(대단하다) 6위 '씨' 7위 '병신' 8위 'ㅈ라' 9위 '빡치다' 10위 '개새끼' 등등... '지랄'(15위) 'ㅈ되다'(17위) '뒷담까다'(30위) 'ㅆ새끼'(32위) 'ㅈ같다'(33위) '구라까다'(35위) '엠창'(37위) '찐따'(3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런가 하면 모음(母音)의 탈락한 욕설만의 자음이 횡행한다. 예를 들면, 'ㅅㅂㄴ' 'ㅇㅂㅊ' ‘ㅇㅈㄹ'...등. 이는 그저 의미 없는 자음(子音)의 나열이 아니다. 뜻이 뭘까? 알아보니, 청소년들의 통신 언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왼쪽부터 '×발놈(년)'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 '이지랄'이었다. 모음의 탈락이 말 자체를 욕설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약일 수도 있지만 독일 수도 있다.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절망의 늪에서 희망과 소망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렇게나 툭툭 내뱉은 말 한마디에 깊은 상처를 입고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말은 성냥불과 같다. 물론 성냥불로 인해 얻어지는 따뜻한 일들도 많지만, 성냥불 한 번 잘못으로 산불로 수많은 산과 가옥을 태워버리기도 한다.

10월 9일을 휴일이라고 신(?)나게 '욕 지껄이'로 하루를 보내며 그냥 노는 날이 아니라, 한글 창제와 우수성을 기리고 우리말을 얼마나 예쁘고 바르게 써야 할지...고민해보는 한글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Texas Dallas에 살고 계시는 손남우님 불로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