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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Paul Rubens

Simon and Pero (Roman Charity)
Rijksmuseum,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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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곡되어 유포되고 있는 설명입니다.

 

푸에르토리코의 국립미술관에 걸린 명화이다.
늙은 노인이 젊은 여자의 젖을 빠는 모습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데...
처음 이 작품을 접한 사람이라도 정말 뛰어난 솜씨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모습을 그렸는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이 그림을 처음 본 순간 당신은 어떤 느낌을 가졌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가슴을 드러낸 여자와 노인의 모습을 보고 단순히 에로틱하다거나 색슈얼한 생각만을 떠올렸는가? 빼빼 마른 노인의 모습에서 19C 팜므파탈이 그림 속의 주재료로 떠오르던 시기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요부와 그에 유혹당한 남자를 떠올려 보진 않았을까?

 

수의를 입은 노인은 젊은 여인의 아버지다. 커다란 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는 여인은 노인의 딸이다. 이 노인은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였다. 독재정권은 노인을 체포해 감옥에 넣고 가장 잔인한 형벌을 내렸다.

 

'음식물 투입 금지'


노인은 감옥에서 서서히 굶어 죽어갔다. 딸은 해산한 지 며칠 지나서 무거운 몸으로 감옥을 찾았다. 아버지의 임종을 보기 위해서였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눈에 핏발이 섰다.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아버지 앞에서 무엇이 부끄러운가. 여인은 아버지를 위해 가슴을 풀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입에 물렸다.

노인과 여인은 부녀간의 사랑과 헌신과 애국심이 담긴 숭고한 작품이다.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이 그림을 민족혼이 담긴  최고의 예술품'으로 자랑하고 있다.
동일한 그림을 놓고 사람들은 '저질 이라고 비하도 하고 '성화'라고 격찬도 한다.

 

노인과 여인에 깃든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그림속에 담긴 본질을 알고 나면 눈물을 글썽이며 명화를 감상한다. 사람들은 가끔 본질을 파악하지도 않고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우를 범한다.


본질을 알면 시각이 달라진다.

교만과 아집 그리고 편견을 버려야만 세상이 보인다.

 

 

 2. 그림에 대한 진실은 이렇습니다.

 

이 그림에 대한 설명 요청과 문의가 많이 와서 이번 기회에 정리해 봅니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그림인데, 일부 내용이 와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푸에르토리코의 독립영웅이 독립운동 중 잡혀 수감되어...딸이 그녀의 젖을 굶고 있는 아버지에게 먹인다...” 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적인 내용인데...
이 그림은 푸에르토리코의 영웅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 그림은 고대 로마의 문학이나 예술에서 “자식된 도리”를 설명하면서 예를 드는 장면입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심청전의 서양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몬(Cimon) – 영어권에서는 Simon이라고 합니다. - 은 곧 처형될 날만을 기다리는 나이든 수감수입니다. 게다가 처형날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그의 딸 페로(Pero)가 몰래 감방에 들어와 아버지에게 그녀의 젖을 먹인다는 자식의 아버지(부모)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과 사랑을 나타낸 것입니다.

로마의 사학자 발레리우스 막시무스(Valerius Maximus)는 페로의 이러한 헌신은 부모를 공경하는 가장 고결하고도 숭고한 예라고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당연히 화가들의 좋은 소재가 충분히 되었을 것이고 이를 소재로한 그림들이 16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유럽에 크게 유행하였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제목이 “Roman Charity”이고 부제는 Cimon(Simon) & Pero입니다.

루벤스(Rubens) 또한 이런 소재로 그림을 그렸는데, 프랑스 화가인 쟝 밥티스트 글뤼즈(Jean-Baptiste Greuze)는 루벤스의 그림을 이용하여 다른 방식으로 화폭에 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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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Paul Rubens (1577-1640),

"Roman Charity", 1612, oil on canvas transferred from panel,
The Hermitage, St. Peters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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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Baptiste Greuze
French, about 1767

 

앞의 둘은 루벤스, 세번째는 프랑스 화가의 작품입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Simon and Pero (Roman Charity).
Simon이 노인이고, Pero가 여인이니까 [노인과 여인]쯤 될듯..^^

Roman Charity!!
독립운동이 아닌, 효도와 관련한 로마의 이야기입니다.
로마의 설화중에 Simon 이라는 사람이 옥에 갇혀 굶겨죽는 형을 당했는데, Pero라는 효심이 깊은 딸이 옥에 들어가서 죽어가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젖을 물렸다는 이야기.
16세기 이후에 꽤 유행한 그림입니다.

당연히 여러개의 버전이 있고, 고대설화가 그렇듯 다양하게 해석되고 전파된 것입니다.
 
첫번째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간수들의 투구와 복장,
그리고 주인공의 옷(푸른색이라고 보기도 힘든), 감옥의 건축양식. 모조리 유럽풍입니다.

제작시기, 죽음을 앞둔 죄인의 눈빛, 너무나도 육감적인 여인의 모습.
아무리봐도 저 근육질의 남자는, 항간에 떠도는 푸에르토리코의 뼈만 남은 앙상한 독립투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소장되어 있는 곳은 푸에르토리코가 아닌 암스테르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