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재능을 찾아내 키워주자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서울협의회에서 ‘학생들의 학교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교사와의 불신(70.1%),교사의 지나친 꾸지람(80.3%),창피를 줌(75.4%),틀에 박힌 학교생활(84.6%)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학생과 교사간의 신뢰 회복이 시급함을 말해주고 있다.
교육은 제도와 정책보다는 현장에서 지도하는 교사의 영향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식 위주의 교육보다는 정체성을 확립하고,삶의 가치관을 심어주고 숨은 재능을 키워주는 차이성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고 껴안아 주는 마음을 가진 스승이 요구된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한 입시교육 전문사이트가 전국 남·여 고교생 2382명을 대상으로 ‘존경받는 스승상’에 대해 물었을 때 응답 학생의 57.8%가 ‘인격적으로 잘 대해주는 스승’을 가장 존경하는 스승으로 꼽았다.
성경에는 예수님이 제자들을 가르친 사실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당시 예수님을 대적하는 사람들마저도 예수님을 스승으로 지칭하였다(마 12:38,요 8:4).
현대 기독교 교육자들이 저술한 많은 책과 연구논문에서도 예수님을 ‘큰 스승’으로 기술하고 있다. 예수님은 명실상부하게 동서가 공감하는,시대를 초월한 스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스승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셨을까.
첫째, 예수님은 세상의 영광과는 다른 가치 기준을 제시한 스승이었다. 마가복음(9:33∼37)에 ‘제자들의 논쟁’ 이야기가 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가버나움으로 가는 길에 제자들이 ‘누가 가장 큰 자인가’를 놓고 논쟁을 한 사건이 나온다. 예수님은 논쟁할 때에는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고 가버나움에 도착해서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제자들은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자기들의 토론이 유치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큰 의미를 가지고 다루셨다. 제자들에게 으뜸이 되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그것이 어떤 삶의 태도를 만들어 내는지를 가르치신 것이다. 즉 종의 정신을 가지고, 작고 비천한 자가 되는 것을 용납할 줄 아는 자가 으뜸이 되는 자의 표시라고 했다. 예수님은 세상의 영광과는 다른 가치 기준을 제시하신 것이다.
둘째, 예수님은 소외된 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스승이었다. 요한복음(8:1∼11)에 ‘간음하다 잡힌 여인’ 이야기가 있다. 예수님은 간음한 여인의 행동이 죄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냉엄한 판단을 하지 않으셨고,삶과 죽음의 상황에서 생명이 되심을 보여주셨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겠다는 말씀은 삶의 용기를 북돋워준 것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간섭과 통제가 아닌 그들 편에 서서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정서적으로 지원하고 격려해주는 너그러움과 따뜻함이다.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과 행동은 학생들에게 격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예수님은 관심과 배려가 많았던 스승이셨다. 누가복음(10:25∼37)에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있다. 예수님은 이 이야기를 통해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누구이겠는가를 묻고 너희들도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우리들에게 참된 이웃이란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랑을 지닌 자임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시절 여고 3학년인 K양을 상담하게 되었는데 K양은 남성혐오증이 있는 학생이었다. 알고보니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아버지의 폭행이 원인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모든 남성에 대한 미움으로 확대된 것이었다. 나는 여학생의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하여 나를 통하여 아버지에 대한 인상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아버지의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고3 시절에 꼭 필요한 참고서적을 제공해주고 혼자 생활하기 때문에 지각이 많아 매일 아침 전화를 해 깨워주기도 하면서 딸을 대하듯 사랑했다. 2학기 개학을 하니 K양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으로 변했고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에 진학했다.
사랑은 배려하는 마음에서 생긴다. 배려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고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며 조건없이 많은 것을 주려는 것이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과 기준은 가정의 문화와 부모의 가치관,학생들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가르쳐야 할 덕목은 남을 위한 배려 즉,사랑이다. 예수님은 자신도 가르치는 일에 많은 노력을 하셨지만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지상명령을 주셨다.
이 시대의 교사들이 진정한 스승인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훌륭한 스승으로서 교육은 물론 일반 사회에도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조영길 목사(천안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