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교수  

여름방학 동안에 미국에 가족들과 함께 지내기 위하여 갔다. 아내가 다리를 다쳤다는 것을 알고 갔으나 확인해 보니 왼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있었다. 떨어져 있는 동안 마음에 가졌던 기대는 아파트 가까이 있는 산책로를 아내와 함께 걷기로 하였던 터라 부상 부위를 발견한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후에 오게 되는 상황이 눈앞에 전개되면서 우선은 아내에게 자신의 몸의 이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방치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다치게 상황을 만들어낸 모든 사람들에게, 또 그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았던 지도자들을 향하여 끓어오르는 분노를 견딜 수 없었다. 떨어져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대한 원망도 새삼스럽게 생겼다.

결국 원망의 화살은 지극히 높은 곳에 계시는 분을 향하여 가게 되었다. 오랜 시간 원망과 분노를 붙잡고 있다보니 자신을 갉아먹는 병원균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 만난 성경 말씀이 마태복음 18장에 나오는 용서에 대한 주님의 가르침이었다.

베드로가 사용한 용서라는 말의 원문은 아포에이미 (마태복음 18장) 즉, ‘가게 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내어주다 또는 흘려보내다 로 설명할 수 있다. 곧 마태 기자가 내리고 있는 용서라는 말의 정의는 마음 가운데 있는 무엇인가를 보내어주는 것이다. 반대로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은 무엇인가 마음에 응어리 진 것을 꼭 붙잡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마음 가운데 남아있는 것을 담아두고 있을 때 자기를 해치는 무서운 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을 향한 미움 때문에 육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입증할 수 있는 양적인(quantitative) 데이터는 충분하지 못하다 할지라도 질적인(qualitative) 정보는 많다.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그와 같은 심증을 우리들이 가질 수 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스스로 처방한 것이 용서였다. 모든 이들을 용서하자 그리고 잊어버리고 마음을 비우자 했더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삶의 기쁨이 회복되었다.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에 나오는 요오코의 자살이야기가 떠오른다.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그녀는 자기를 길러 준 어머니가 자신을 미워하는 사실에 고통을 겪고 용서할 수 없었다. 또한 자기의 생부가 자기를 길러준 부모의 딸 루리코를 죽인 살인자였다는 것을 알고 자신에 대한 분노가 가득해서 자신의 삶을 마감하기 위하여 생부가 루리코를 죽였다는 곳에서 자살하려고 가는 길이다.

오르는 산에 눈이 수북이 쌓였다. 한참을 가다가 제방 위에 올라서서는 무심코 뒤를 돌아다보게 되는데, 자기는 똑바로 걸어왔다고 생각했으나 발자국이 삐뚤게 나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기에서 자기는 바른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자신을 미워하는 어머니 또한 이해할 수 있게 된 순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신도 별 수 없는 존재임을 발견하고 어머니를 용서할 수 있으며 자신의 딸을 죽인 자의 딸을 길러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작가는 마음에 미움과 불신이 있는 한 그 마음은 차디찬 얼음과도 같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빙점이라 붙였다 하겠다.

요즘같이 살기 어려운 때에 들려오는 소식들이란 살인, 사기, 대중의 신망과 인기를 누리던 자들의 부정직한 행동과 전쟁과 다툼소리뿐, 치열한 생존경쟁이 코앞에 놓여있는 때 우리의 마음을 진정 행복하고 평안하게 할 수 있는 처방은 없을까? 날이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건강도 쇠퇴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랑스러운 사람들보다 밉고 허튼 짓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인가 자신을 되돌아보게 이때에 나이 들면서 생기는 노여움과 미움에 대한 처방은 없을까?

자기만이 최고이고 자기만이 바른 생활 사나이 바른 생활 여인이라고 생각하는 독단이 우리들이 용서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남을 용서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결코 쉽지 않으나 더 어려운 것은 자기를 용서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최대의 과제는 자기를 미워하고 해치는 다른 이들을 용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남을 용서하고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미움도 지나가게 하자. 마음속을 비워버리자. 용서하고 잊어버리자.

“너희가 각각 중심으로 형제를 용서하지 아니하면 내 천부께서도 너희에게 이와 같이 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