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영교수  

한 생명은 하나의 우주와 같다. 이 우주는 무한한 공간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 공간은 우리의 외형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담겨있다. “하나님은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드셨다. 당신의 겉모양, 지식, 눈이나 귀, 손이나 발을 닮도록 만드신 것이 아니고, 바로 이 내적 마음을 닮도록 만드셨다. 이 완벽한 내향성! 그 안에 하나님의 형상이 담겨있는 것이다.” 핀이라는 작가의 글로, 인간 내면에 담긴 아름다운 신비를 말하고 있다.

훌륭한 상담자는 자기와 다른 사람 안에서 이 무한한 공간을 발견한다. 이 공간은 우리의 외적인 삶을 내적으로 바꾸어주는 곳이다. 우리가 깊은 내면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것을 가꾸어 가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피상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만다. 우리 자신이 피상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역시 피상적이 될 수밖에 없다. 타인과의 진정한 만남을 가지는 한 비결은 먼저 자신의 내면을 가꾸면서 다른 사람들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발견하려 하는 것이다.

우리가 내면적 삶을 발견하고 이것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안에서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을 찾는 것과 같다. 이것은 계속 마음 속에서 울리고 공명하는 어떤 중요한 원리나 지침을 간직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특히 함께 공명할 수 있는 심오한 정신이나 마음과 만날 때 더욱 확실해진다. 우리가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고, 점차로 그것에 동의하면서 그에 따라 살게 되는 몇 가지 단순한 생각에서도 우리는 내면성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때에 정신을 집중하면 어떤 대화나 만남은 곧바로 마음의 공명을 이끌어낸다. 그 공명은 점차로 우리 안에서 뚜렷해지고, 우리 안에서 커져가면서 새로운 열매를 맺을 때까지 하나의 투쟁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의 내면적 삶은 강화되고, 전 생애를 걸쳐 흔들리지 않는 기초가 마련된다.
내담자와 만날 때에 그들의 내면성을 발견하는 것은 바로 만남의 목적을 충족시킨다. 이것은 하나의 놀라운 발견이다. 우리 안에 있는 내면적 정신의 힘이 다른 사람 안에 있는 서로 공명할 수 있는 정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만남은 축복이고, 또한 서로를 위한 성장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 우리는 깊이 뿌리 내리는 사상, 마음, 바램, 신앙과 가치들을 발전시키고 그 열매를 얻는다. 놀라운 것은 우리 안에 누구나 다 이런 내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발견해내는 것은 하나의 커다란 기쁨이고 큰 보상이다.아직 어린 아이들도 이런 내면성을 간직하고 있다.
내면성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표현된다. 이것은 우리 삶에 통일과 안정을 주는 이야기 안에 자리 잡고 우리의 길을 인도해 갈 것이다. 대화는 우리가 서로를 발견해가는 가장 좋은 길이 된다. 그리고 상담의 시간은 이런 모험이 허용된 시간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함께 그의 내면을 탐험할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내면성은 우리의 대화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고 더 확실히 우리에게 들려진다. 외적인 삶을 내적으로 바꾸어 가는 것은 피상적으로 머물러 있던 많은 이미지를 마음 안에 간직하는 것이다. 이 이미지들은 우리의 관심을 통해 더욱 또렷해진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다른 사람들의 내적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날마다 자신의 내면에도 마음을 쏟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 생명이 살아 움직이는 한 우주를 창조해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우리 내면을 가꾸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