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앞 양쪽 보도 블록에 죽 늘어선 노점상에는 항상 사람들이 제각기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구두 수선집, 튀김 가게, 신문 가게 등 온종일 조그만 네모 상자 안에서 일하는 그분들을 지나칠 때 마다 나는 삶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곤 한다.
그중 일흔이 훨씬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돗 자리를 펼쳐 놓고 손톱깍기, 가위, 도장집, 돋보기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잡동사니들을 팔고 있다.
할아버지는 손님을 기다리면서 깜빡깜빡 조릭도 하고, 이따금씩 담배를 입에 물고 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뿜곤 하셨다.
그리고 점심은 라면으로 때우실 때가 많았는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살 때도 많았다.
그런데 그날 일찍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다가 할아버지 앞을 지나치다 보니 할아버지가 다른 때와 달리 도시락을 드시고 있었다.
웬일일까 궁금했지만 우선은 라면보다 밥을 드신다는 사실에 적이 안심이 되었다.
나는 곧 건물 안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마침 그 안에는 아가씨 둘이 타고 있었는데 한 아가씨가 친구에게 무엇인가 캐묻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 갔다 오는데 말하기 그렇게 어려운거야?
"응. 그냥 저기..."
"말을 안하니까 더 궁금하다 어디 다녀오는데? 말 좀 해봐."
"요 앞에 장사하는 할아버지한테. 며칠째 계속 라면만 드시기에 아침에 내 도시락 싸면서 하나 더 싸가지고 왔거든. 그걸 갖다 드리고 오는 길이야."
부드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아가씨의 말에는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임옥례님/서울 중구 서소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