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아들 보고 십흔 내 아들 언제나 만나볼까. 외국으로 떠난지 87년도 떠났으니 8년 세월 다 되도록 소식 한장 없소. 전화 한 통이라도 잇슬까 하여 기다리고 보니 어미는 7십고개를 넘었구나. 살기도 많이 살엇다. 엇지하여 생이별을 하게 되엇는지 모든게 어미 타시다. 어디 가 살든지 몸건강하여라.'
10월 2일 오후 5시경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6리 한탄강에서 낚시를 하던 한 사람이 할머니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숨진 할머니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손가방에는 '사랑하는 내아들 보고십흔 내 아들'로 시작되는 유서가 한 장 들어 있었다. 편지지 뒷면에다 깨알같이 쓴 유서의 내용은 멀리 외국으로 떠난 아들을 8년간 그리워하면서 살아온 할머니의 외롭고 고달픈 인생살이를 전하고 있었다.
며칠 뒤 신문에는 이 할머니에 대한 기사가 다시 실렸다.
'꿈에도 잊지 못한 어머니, 못난 아들 하늘에 있어요'라는 제목으로 투신 할머니의 또다른 애절한 사연이 전해졌다. 할머니는 71세의 송혜호 할머니로 밝혀졌고 외국에 간 아들은 8년간 소식을 끊었던 것이 아니라, 노모를 잘 모실려고 리비아 건설 현장으로 갔다가 풍토병으로 두 달만에 세상을 떠난 송 할머니의 외동아들 김승연씨였다. 그때 나이 27세.
송할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아들을 그리워 하다가 자식들에게 마지막까지 조그만 폐도 끼치지 않으려고 손때 묻은 주민등록증, 경로우대증까지 모두 버린 채 유서 한장만을 남기고 늙은 몸을 강물에 던졌던 것이다.
송할머니의 큰 사위인 홍씨는 '너무나도 아들을 보고 싶어 하셔서 차마 죽었다고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돌아가실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알려드릴 것을 그랬습니다.'하면서 회한의 눈물을 쏟았다. (좋은 생각95.11)